인터넷주, 너무 잘나간 게 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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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인터넷 업체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기대가 불안으로 바뀌면서 빵빵했던 풍선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인터넷 대장주 NHN은 19일 이틀간 8% 하락하며 26만원대로 밀렸다. 18일 하루 동안 10% 급락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9일 반등에도 실패했다. 웹젠.CJ인터넷.엔씨소프트 등도 사나흘 째 하락중이다.

불안감은 해외로부터 밀려왔다. 일본의 대표 주자 라이브도어가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 기업의 부활을 주도했던 미국 구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뒤따랐다. 구글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매도'의견은 1년여 만에 있는 일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야후의 실적에 대한 실망감도 이를 부채질했다. 야후와 구글은 18일 각각 12%, 4%씩 급락했다.

그러나 수치상 인터넷 업체의 실적은 크게 나쁘지 않다. 야후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83% 증가했다. 구글 역시 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수익이 급격히 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실적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것이 걸림돌이 됐다. 웬만한 실적 증가로는 현재 주가와 키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밸류에이션(적정 가치)'에 대한 의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내수 회복세와 계절적인 성수기 등 수익 여건은 좋다. 그러나 역시 더 많이 오른 주가가 문제다. 지난해 12월부터 16일까지 코스닥 지수도 크게 올랐지만, 인터넷 지수는 그보다 19.4% 더 올랐다.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일부는 넘쳤다는 얘기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아니라 사업 모델의 확장성, 안정성, 밸류에이션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그는 위험이 가장 적은 종목으로 NHN을 꼽았다.

그래도 실적이 불안을 잠재울 것이란 주장도 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조정은 다음주 초까지 이어지겠지만 2월초 NHN.CJ인터넷 등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장세가 나타나면 V자형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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