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한국 무전기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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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개성공단 CIQ에서 북한 군인들이 사용할 한국산 무전기. 오종택 기자

북한 개성공단의 출입국사무소(CIQ)에 근무하는 북한군이 한국 방위산업체가 만든 무전기를 쓰게 됐다.

무선 통신기기 등을 생산하는 유니모테크놀로지㈜는 19일 북한 측에 자사의 무전기 등 통신장비와 영상관제 시스템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서울 방배동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생산 제품의 상당 부분을 한국군과 경찰.지방자치단체 등에 공급하고 있는 방위산업체다.

이 회사 정진현 사장은 "북측 CIQ를 관리하는 북한 군인들이 사용할 무전기 60대와 폐쇄회로TV(CCTV).중계기 등 1억3000만원어치의 장비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무전기 등 통신장비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북한으로 수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회사가 공급한 무전기 등은 군사용이 아닌 민수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비록 북한군이 사용하지만 반출이 허용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무전기를 북한군이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더구나 우리가 한국군에 무전기를 납품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군의 무전 내용을 북측이 엿들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파수 대역이 달라 북한군 무전기와 호환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군이 군사용으로 사용할 경우엔 남쪽에서 엿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무전기의 액정화면(LCD) 창과 지령대 모니터 등에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용어가 뜬다. 예를 들면 장교 대신 '군관', 무전기 대신 '무선대화장치', CCTV 대신 '화상송상장치' 등의 용어가 쓰인다.

글=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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