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17일째…불법조업 들킬까 선원구조 외면한 선장 구속

중앙일보

입력

불법조업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바다에 빠진 선원을 구조하지 않은채 사고 위치까지 허위로 신고한 선장이 구속됐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는 13일 해상에 추락한 선원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고 실종 위치까지 허위로 신고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외끌이 대형저인망 어선 C호(70t급) 선장 조모(55)씨를 구속했다.

조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20분쯤 외끌이 대형저인망 허가구역이 아닌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북동쪽 5.5㎞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 해상에 추락한 선원 김모(42)씨를 구조하지 않고 사고 해역을 벗어난 혐의다. 사고 당시 김씨는 그물을 끌어올리던 중 높은 파도에 의해 해상에 추락한 뒤 17일이 지난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조씨는 불법조업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바다에 빠진 김씨를 찾지 않은채 끊어진 그물만 들어 올린 후 사고 해역을 벗어났다. 이후 거문도 남동쪽 12.4㎞인 조업 허가구역까지 약 55.5㎞를 항해한 후 같은 날 오후 2시30분에야 ‘김씨가 오전 10시20분쯤 실종됐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여수해경은 신고를 받고 경비함정 2척과 항공기 2대 등을 동원해 해상을 수색했으나 실종된 김씨를 찾지 못했다. 선장의 허위 신고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실종자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다.

조씨는 당시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으나 "조업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선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불법조업 사실을 숨기려고 어선에 저장된 항적을 삭제하고 선원들을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

앞서 해경은 C호의 항적을 추적한 결과 어선의 항적과 실종자 추락 신고 위치가 맞지 않아 여수연안VTS에 항적 자료를 요청해 위치상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또 실종시간대 조씨의 휴대폰 기지국 내역을 분석해 실종자 추락 위치 신고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도 조씨가 불법조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추가증거 확보를 위한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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