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홍콩·마카오 경제권 EU식 공동시장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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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마카오를 묶는 주장(珠江)경제권이 유럽연합(EU)식의 공동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 깃발을 올렸다. 광둥성과 홍콩 간에 최근 체결된 '긴밀한 경제무역관계 협정(CEPA.일종의 자유무역협정)'을 토대로 상품.자본.인재의 경제권내 이동을 활발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홍콩~마카오~주하이(珠海)를 잇는 해상대교를 이르면 올 연말께 착공하고, 홍콩~광저우(廣州) 간의 고속철도를 깔 계획이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이 있는 란타우 섬엔 이들 지역을 아우르는 물류 중심기지를 만든다.

홍콩의 총리 격인 둥젠화(董建華)행정수반과 황화화(黃華華)광둥성장은 지난 5일 홍콩에서 '제6차 홍콩.광둥 협력 연석회의'를 열어 "주장경제권의 경쟁력을 향후 10~20년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역할을 분담한다"고 선언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광둥성을 제조업 기지로 삼아 홍콩은 금융.물류.서비스 기능을, 마카오는 관광 기능을 각각 맡는다는 것이다. 양측은 별도의 추진기구를 만들어 그 밑에 ▶첨단기술▶교육▶지적재산권 보호▶해상대교 등 15개 분야별로 전담 추진팀을 구성했다.

홍콩 재계에서 경제성 논란을 일으켰던 홍콩~마카오~주하이 해상대교(약 30㎞)는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다음달께 건설계획을 정식 비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다리는 약 1천6백억홍콩달러(약 24조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으로 세워진다. 광둥성은 또 내년부터 이 지역 주민들의 홍콩 관광을 자유화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광둥성 지도부가 후난(湖南).장시(江西).푸젠(福建).광시(廣西).하이난(海南) 등 광둥과 인접한 5개 성(省)을 대상으로 유럽식 공동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광둥성은 이 지역들과 정책 공조를 유도해 ▶행정규제 간소화▶상품.자본.인재의 자유로운 이동▶고속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공동 건설 등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둥성은 지금까지 중국 대륙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뤘으나 최근 외자 유치와 수출입 분야에서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경제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광둥성의 고위 관계자는 "창장 경제권은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주장 경제권에 비해 아직 시장 규모가 작다"며 "서부 내륙 지역까지 포용할 경우 주장 경제권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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