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해결책' 속뜻은… 세수 늘리는 조세개혁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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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씀씀이를 줄이기도 하고, 탈세를 막기 위해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으로는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려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국민 전체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안, 즉 증세를 위한 조세개혁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연구해 왔다.

문제는 양극화로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마당에 증세를 정면으로 내세우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도 정부의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일단 신년 연설에서 운을 뗀 뒤 다음달 25일 취임 3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밝힐 '미래 구상'에 조세개혁의 밑그림을 담아 국민에게 제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증세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자영업자, 특히 전문직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을 위한 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자에 비해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훨씬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부를 쓰지 않는 자영업자의 수도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각종 세금감면 조치를 없애거나 혜택을 확 줄이는 조치도 뒤따를 전망이다.

또 하나는 세원을 넓히는 방법이다. 현재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가운데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사람의 비율이 50%에 이른다. 선진국 수준인 30%에 훨씬 못 미친다. 국민 1인당 조세부담률도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0%보다 낮다. 따라서 면세자 수를 줄여 가는 조치가 예상된다. 세금을 안 내는 소득기준인 면세점을 고정하면 해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면세자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다만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대주주의 양도차익에 대해선 과세하고 있다. 양도차익에 세금을 내지 않는 소액주주의 거래 비중이 12%에 불과해 여기에 세금을 매겨봐야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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