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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문서' 작성한 자는 전직 MI6요원…신분 공개 후 잠적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러시아가 약점을 포착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른바 35쪽 '트럼프 문서'를 만든 이가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직 요원인 크리스토퍼 스틸(52)로 드러났다.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 스틸이 공포에 사로잡혔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스틸은 1990년대 러시아에서 근무한 러시아통이었다. MI6를 관둔 후엔 런던에 근거를 둔 '오르비스'란 회사를 세웠다. 미 경선·대선 국면에서 트럼프와 맞섰던 공화당 인사의 발주에 따라 트럼프에 대해 조사했으며 이후엔 민주당도 자금을 댔다.

스틸은 최근 몇 달 간 위험천만한 게임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들은 얘기들을 언론인들에게 흘린 것이다. 외신들은 "몇 달 간 워싱턴에서 돌던 얘기였으나 검증할 수 없어서 쓴 데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버즈피드가 '트럼프 문서'라며 내용을 공개했고 CNN이 전직 영국 정보기관 출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전달했다. 스틸로 좁혀진 이유다.

런던 근교에서 살던 스틸은 이 같은 얘기가 나올 무렵인 11일 오전 집에서 사라졌다. 가족들도 몸을 숨겼다. 스틸은 이웃에게 "몇일 간 고양이를 돌봐달라"며 급하게 떠났다고 한다. 그와 가까운 인사는 "스틸은 모스크바로부터 즉각적이거나 잠재적 반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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