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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일자리 100만 개 외교…트럼프와 냉랭했던 중국 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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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오른쪽)이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을 만났다. 아르노 회장은 “노스캐롤라이나 등에 공장을 건설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아르노 회장의 아들 알렉상드르 아르노. [로이터=뉴스1]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오른쪽)이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을 만났다. 아르노 회장은 “노스캐롤라이나 등에 공장을 건설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아르노 회장의 아들 알렉상드르 아르노. [로이터=뉴스1]

“훌륭한 만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나라와 중국을 사랑한다.”

알리바바 통한 미 기업 지원 약속
트럼프 “그는 위대한 기업가” 극찬
미·중 갈등 땐 ‘핫라인’ 역할 가능성
도요타 “미국에 5년간 12조원 투자”
루이비통 CEO도 “미국 생산 확대”
“한국기업도 경제외교 서둘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마윈(馬雲) 알리바바 그룹 회장을 극찬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윈과 40분간 만나 향후 5년간 미국 내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마윈뿐 아니다. 전 세계 기업인의 미국 내 일자리 만들기를 통한 트럼프 구애 외교전이 뜨겁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6일 트럼프를 만나 미국 내 500억 달러(약 60조원) 투자와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도요타도 9일 “앞으로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도요타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트윗을 띄운 지 나흘 만이다. 루이비통을 만드는 프랑스 명품그룹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트럼프를 만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다짐했다.

중국과 일본 등의 기업인들이 앞다퉈 트럼프를 만나는 이유는 트럼프 정부의 국정 철학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서다. 오는 20일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눈도장을 찍어 향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표적에서 비켜 나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 입장에서 마윈은 앞으로 예고되는 미·중 통상전쟁 속에서 트럼프와의 소통 ‘핫라인’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와 별다른 교감이 없어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마윈은 미국 투자와 생산자 연계를 통해 알리바바 진출에 부정적인 미국 여론을 무마하고 규제 장벽을 낮추려고 한다. 마윈은 알리바바 사업의 40%를 중국 밖에서 실현하겠다고 공약했고, 향후 20년 안에 전 세계 20억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펼칠 것이며 1000만 명에게 비즈니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심리전으로 출발해 순서를 바꿨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역시 미국 투자를 계기로 그간 미국 당국에 막혔던 T모바일 인수를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마윈이 트럼프 당선에 공이 큰 중서부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지역)의 소상공인들과 보수 백인이 다수인 농업계를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속내를 읽고 트럼프 지지층이 다수인 소상공인·농장주들에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통로를 만들어 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를 만난 마원에게 반색하고 있다. 바이밍(白明)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부주임은 이날 환구망(環球網)에 “트럼프와 마윈의 회동은 미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의 귀감으로 트럼프와 협상할 때 미국에서 취업 기회를 얼마나 만들 것인지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이번 만남이 미·중 양국 모두에 이롭다”며 “양국이 상호 공영의 기초에 설 때 미국의 이익 실현이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소(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마윈의 제안은 시의적절한 민간 외교이지만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 없이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 기업으로서는 신중하고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채병건·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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