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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걱정하는 인형<5>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걱정하는 인형’은 공부로 걱정 많던 주인공 도영이가 현지의 도움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등 기이한 경험을 하며 모든 걱정을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나도 작가다

양윤정이었다. 치사하게 그런 것 가지고 저렇게 현지를 괴롭히다니. 현지에게 너무 미안했다. 괜히 나 때문에…. 우울했던 기분이 더 우울해질 줄은 몰랐다. 한숨을 쉬며 책상 위를 보자 메모가 있었다.

‘오늘 학교 끝나자마자 학교 뒤 공터로 와.’

분명 양치기일 거다. 안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학교 끝나고 바로 갔다. 양치기가 서 있겠지, 생각했는데 나를 기다리던 사람은… 현지였다. 나한테 화가 났을 줄 알았는데, 현지는 웃고 있었다. 손까지 흔들며.

“뭐 하러 뛰어와. 그냥 얘기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걸 알았다면 천천히 걸어왔겠지. 윤정이가 쪽지 보낸 줄 알고 놀랐잖아. 그건 그렇고, 용건만 말해줘. 나 학원 갈 시간 얼마 안 남았어.”

“응, 알겠어. 얘기 듣다 갈 수도 있으니 번호나 찍어.”

현지가 꺼낸 휴대폰은 나와 같은 폴더폰이었다. 스마트폰일 줄 알았는데….

“본론부터 말할게. 너는 지금 날 원망하고 있어, 그렇지?”

“으… 응. 그런데, 어떻게 안 거지?”

“뻔하지. 내가 널 추천해서 우리 둘 다 양치기한테 걸렸잖아. 원한다면 맘껏 원망해도 좋아.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 양떼는 절대 너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 둬. 그렇지 않아도 넌 걱정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보여.”

“그러는 너는 걱정 없니?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딨어.”

“너 혹시 제일 수학학원 뒤 숲에 가 본 적 있어?”

현지는 내 말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거길 뭐 하러 가. 솔직히 낮에도 어두컴컴해서 가기 싫어. 오싹해.”

“어두컴컴하다고? 음… 간 적 있나 보지?”

“딱 한 번. 5년 전에, 이사 온 날. 동네 구경할 겸 우연히 갔는데 어둡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너무 무서웠는데 나가는 길이 안 보였어. 그때, 어떤 언니가 집에 데려다 주고 거긴 나 같은 애는 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 하여간 그 후로 간 적은 없어. 으악! 학원 늦었다! 나 먼저 간다! 더 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 안녕!”

“응! 내일 보자!”

학원이 끝난 후, 문자가 하나 왔다. ‘겁내지 말고 한번 도전해 봐!’ 도대체 뭘 도전하라는 거야! 현지가 이상해진 건가? 그렇게 잘 울던 애가 요즘은 끄떡도 않고, 이상한 말이나 하고…. 설마, 그 오싹한 곳에 가 보라는 건 아니겠지? 하… 난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머리가 아프다. 도대체 날 누가 그렇게 많이 뽑았냐고! 학원이 끝나자마자 집에 달려갔다.

“도영아~~.”

“왜 엄마? 또 학원은 아니겠지?”

“너 반장 되었다는 거 사실이야?”

“어… 어떻게 알았어?”

“네 친구 현지가 그러더라. 장 보다가 만났지. 근데, 너 다음 주 월요일 어쩌니… 처음 가는 수학학원인데.”

제발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하길 바랄 뿐이다.

“그래, 엄마가 양보한다. 대신 회의 없는 날에는 학원 꼭 가야 해! 알았지?”

“앗싸! 엄마 사랑해!”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다니…게다가 엄마는 내가 놀라 자빠질 만한 말을 뒤에 붙이셨다.

“기분이다. 그럼 반장하는 동안에는 힘드니까 수학학원만 빼고 쉬어.”

“뭐? 엄마 웬일이야?”

“왜? 싫음 말고.”

“아, 아니야. 엄마 최고! 사랑해!”

이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다닐 수 있겠다! 앗싸! 나는 이 모든 게 꿈이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 우리 엄마가 학원을 쉬게 해 주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 이것 말고도 요즘 나에게 이상한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현지와의 대화가 마음에 걸린다. 현지가 말한 대로 양떼한테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아서다.

“그렇지 않아도 너는 지금 걱정이 많아 보이니까.”

어떻게 알았을까. 그때, 나는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고, 현지는 내 마음을 읽듯이 정확히 내 생각을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글=김태린(서울 하늘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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