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4위 이끈 최홍석 "김정환, 배아프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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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프지 않을까요?"

7일 한국전력과 경기를 마친 우리카드 최홍석(29)의 표정은 환했다. 최홍석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중요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이날 한국전력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을 거뒀다.

3라운드 막판 부상으로 두 경기에 결장했던 최홍석은 복귀 후 가장 많은 22점(공격성공률 60.60%)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5위였던 한국전력(11승10패·승점34)도 귀중한 3점을 보태면서 4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3위 한국전력(14승7패·승점37)을 한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그렇게도 염원하던 봄 배구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도 "고비였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며 만족해했다.

수훈갑은 최홍석이었다. 최홍석은 1세트부터 폭발했다. 주포인 파다르가 부진했지만 최홍석이 그 공백을 메웠다. 2세트에서는 단 한 개의 범실도 없이 5득점을 올렸고, 3세트에서도 후위공격까지 가담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4세트 막판엔 교체됐지만 김상우 감독도 "최홍석이 점수를 내줘야 할 때 뽑아줬다. 특히 중요할 때 책임을 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홍석 스스로도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꼭 한 번 잡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선수들이 코트에서 하나가 되어 이겨낸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쉬는 동안에도 공을 만졌다. 덕분에 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은 거의 모든 훈련을 소화하는데 감독님이 조금 배려해주시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컵대회가 끝난 뒤 한국전력 전광인은 "올시즌 홍석이 형이 정말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전광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최홍석은 데뷔 후 처음으로 50%대 이상의 공격성공률을 유지하며 곧잘 20점대 득점 경기를 펼쳤다. 최홍석은 "개막 전 웨이트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동안 후반기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는 세터 (김)광국이 형과 패턴플레이가 좋아졌다. 더 빠른 배구를 하고 있고, 완성도도 높아졌다. 공격수들이 광국이 형에게 믿고 '더 빠르게 쏴달라'고 부탁한다. 신뢰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우리카드는 더 강해진다. 국가대표 공격수 김정환(29)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중인 김정환은 이달 26일 전역해 29일 KB손해보험전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김정환이 없는 사이 우리카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5년 컵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올시즌엔 창단 8시즌 만의 봄 배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입단 동기인 최홍석은 "가끔씩 연락을 한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해서 안 받은 적도 있다. 팀이 잘 해서 배가 아프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그는 "경기를 계속 보는 것 같더라. 몸을 잘 만들고 있으니 돌아오면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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