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달 좋아지니 메달 욕심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알파인 간판’ 정동현의 평창 각오

정동현이 한국 스키의 간판 스타로 성장했다. 세계랭킹 39위이지만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어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상위권 입상을 기대할 만하다. [중앙포토]

정동현이 한국 스키의 간판 스타로 성장했다. 세계랭킹 39위이지만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어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상위권 입상을 기대할 만하다. [중앙포토]

정동현(29·하이원)이 대한민국 스키 역사를 새로 썼다.

스키 월드컵 회전서 14위 역대 최고
베테랑 코치진 합류로 실력 쑥쑥
4살 때 상급자 코스 탄 ‘스키 신동’
한국 약한 설상 종목 상위권 도전

정동현은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2분02초62를 기록해 14위에 올랐다. 한국 알파인 스키 사상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제까지 알파인 스키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2014년 12월 정동현이 아레(스웨덴) 월드컵에서 기록한 25위였다.

정동현은 1차 시기에서 17위(59초12)로 상위 30명이 나서는 결선에 올랐다. 2차 시기에서는 공격적으로 기문을 공략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동현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훈련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2015~2016 시즌을 랭킹 45위로 마쳤던 정동현은 현재 39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렸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2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1988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난 정동현은 스키 집안에서 자라났다. 아버지 정기홍(59)씨와 형·삼촌 등 가족 8명이 모두 스키 선수 출신이다.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탄 그는 네 살 때 상급자 코스를 탔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회를 휩쓸어 ‘스키 신동’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6학년인 2001년 겨울체전에서는 남자 초등부 4관왕(수퍼대회전·대회전·회전·복합)에 올라 초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겨울체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정동현은 어른이 된 뒤에도 눈밭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안게임 복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겨울 아시안게임 알파인 스키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99년 ‘스키 개척자’ 허승욱(45)이 정상에 오른 이후 12년 만이었다. 2014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결선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월드컵보다 한 등급 낮은 FIS 레이스(회전)에서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그의 질주는 ‘정동현 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변종우(42) 감독과 스키 강국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술 코치 아르민 자이트너(37), 장비 담당 만프레드 브루너(54), 물리치료사 올리버 마이어(29)가 혼연일체가 돼 이뤄낸 성과다. 브루너는 장비 담당으로 겨울올림픽에 다섯 차례나 나갔던 베테랑이다. 김종환 대한스키협회 사무처장은 “예전엔 선수 4~5명을 코치 1~2명이 가르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표선수들에 대해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다. 월드컵 4위에 오른 이상호가 속한 스노보드 팀은 선수 5명과 코칭스태프 5명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빙상 종목은 강하지만 스키·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에선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스키의 꽃인 알파인 종목 성적은 초라할 정도였다. 임경순(85) 단국대 명예교수가 1960년 미국 스쿼밸리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메달은커녕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허승욱이 98년 나가노 올림픽 회전에서 기록한 21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정동현은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상위권 입상을 노리고 있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정동현은 “남은 기간 체계적인 훈련을 해서 평창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 루지 국가대표 에일린 프리쉐(25)는 한국 대표로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12위에 올랐다. 프리쉐는 6일 독일 퀘닉세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 1차 시기에서 12위(51초873)를 차지했다.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관왕에 올랐던 독일 출신 프리쉐는 지난달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 알파인(alpine) 스키

알프스 산악지역에서 발전한 종목으로 기문을 빠르게 통과하면서 내려오는 기술을 겨룬다. 회전·대회전·활강·수퍼대회전·복합(활강+회전) 등의 종목이 있다. 알파인 외에도 올림픽에서는 크로스컨트리·스키 점프 등의 노르딕(nordic) 스키와 모굴·에어리얼 등 예술성과 자유로움이 특징인 프리스타일 스키도 열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