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변해 불출마선언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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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민추협공동의장의 작년 10·5불출마선언의 무효화를 결의한 17일의 민권회모임은 민주당사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식 때문에 1시간만에 결론을 내렸으나 계보의원들의 활발한 무효지지 의견개진으로 기념식이 끝난후 2차회의까지 계속.
이날 모임의 핵심은 김의장의 불출마선언을 어떤 논리로 번복하느냐의 문제였는데 결론으로는 『김의장의 번복이 아니라 상황이 변함에 따라 선언자체가 무효화된것』이라는 논리로 매듭.
김성직의원은 『10·5선언의 목적은 직선제를 통한 민주화 달성에 있었고 이 선언은 4·13조치로 백지·무효화됐으며 직선제는 국민이 싸워 쟁취한것』이라면서 『난국을 풀어갈 지도자가 누구냐는 점은 자문자답해보면 잘 알것』이라고 주장.
김봉욱의원은 『교포기자를 만났더니 연령순으로 봐도 김대중선생이 후보가 돼야 한다더라』고 했고, 신순범의원은 『26년간 경상도에서 잡아왔으니 다른 지역도 해야한다』고 역 설.
회의결과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은 김의장은 『특별히 할말이 없다. 광범위하게 국민의 뜻을 듣고 최후로 결정하겠다』고만 언급.

<김의장 자신이판단할 문제>
민주당의 상도동계인사들은 동교동계의 민권회가 김대중의장의 작년 10·5불출마선언을 백지화시킨데 대해 못마땅한 표정을 보이면서 그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신경.
박용만·최형우부총재, 김현규총무등은 일체 언급을 회피하는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김영삼총재의 한 측근은 『불출마선언의 유·무효여부는 김대중의장 자신이 판단할 사항이며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것』이라고 함축성있게 말하고는『다소 조급하게 서두르는 인상이 있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약속위반」이라는 지탄을 받을수 있다』고 전망.
두 계보에 충성도가 약한 의원들은 『어차피 후보경쟁이 시작된 만큼 불출마 선언은 이미 의미가 없다』거나 『국민과의 공약을 어겨서는 안된다』는 식의 엇갈린 반응.

<약속은 지켜야 신뢰얻는다>
민정당은 17일 당사에서 노태우총재권한대행과 정우모사무총장·이대정총무·이민섭대변인이 모여 당무협의를 하는 도중 동교동계의 김대중씨 불출마선언 번복 결의를 듣고는 공식 논평을 회피.
이대변인은 번복경위, 김대중씨의 반응유무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사견임을 전제, 『김대중씨 본인의 언급이 없어 왈가왈부하기가 곤란하나 정치지도자라면 국민에게 약속한것은 반드시 지켜야하며 그것이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길』이라고 강조.
이대변인은 또 『민정당은 지금까지 김대중씨에게 불출마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바 없다』고 변명.

<당총재, 유종오박사문병>
민정당의 노태우총재권한대행은 17일상오 뇌경색증으로 서울대병원에 장기입원중인 현민 유진오박사를 윤길중의원과 함께 문병하고 간병중인 부인이용재여사를 위로하면서 유박사의 쾌유를 기원.
노대행은 이날 한복차림으로 누워있는 유박사에게 『선생님, 제가 민정당의 대표위원입니다』라고 하자 유박사는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고 윤의원이 『현민선생, 청곡(윤의원의 아호) 알아보시겠어요』라고 하자 알겠다는둣 눈을 끔벅였다.

<생존한 제헌의원은 27명>
제39회 제헌절인 17일 현재 생존하고 있는 제헌의원은 모두 27명으로 알려졌다. 작년 제헌절후 1년간 김기철·남궁현·김문평·김진구·최운교옹등 모두 5명이 타계했다.
생존 제헌의원들은 이재형국회의장등 몇사람을 빼고는 대부분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데 서울 통의동의 80평 한옥사무실에서 매주 화·금요일 모여 시국토론등으로 친목을 도모. 생존회원은 이의장 외에 윤치영(회장)·김영기·윤재욱·정해준·민경직·조한백·이요한·정준·이정내·김인식·장홍염·박기운·권병노·성악서·김익기·손재학·박상영·서용길·허정·이상돈·박찬현·이석주·안준상·서규갑·황호현·원장길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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