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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두집에 축대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태풍 「셀마」가 남부지방을 덮친 15일 밤 영·호남 곳곳에서 축대붕괴·산사태·선박침몰사고가 잇달아 떼죽음의 참변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광주에서는 학교축대가 무너지면서 가정집을 덮쳐 잠자던 2가구 7명이 압사했으며 경남함양군 휴천면목현리에서도 마을뒷산이 무너져 한가구 3명등 5명이 숨겼고 산청군 신안면 내고리에서는 집이 무너져 형제가 숨지는등 인명피해가 컸다.
부산에서는 태풍을 피해 정박중이던 오징어채낚기어선이 강풍과 파도에 휩쓸려 침몰하는 바람에 23명의 선원이 무더기로 실종되는 등 연근해에서 모두 l7척중 3척이 침몰, 64명이 실종됐다.
강원도에서는 산사태로 삼척∼태백사이 철로가 끊겼고, 울산에서는 강풍에 대형송전철탑이 무너져 2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와 함께 부산·여수등 곳곳에서 정전사태로 공단의 조업이 중단되고 주민들이 초속30∼40m의 강풍속에서 암흑과 공포의 밤을 지새웠으며 부산오지동·대저동일대에서는 낙동강이 범람, 칠흑속 강변길을 따라 이재민이 속출했다.
15일하오 10시쯤 광주시 방림2동서 숭신공고 운동장축대 (길이1백20m·높이25m)20m가량이 무너져 내려 축대바로 밑 정영내씨(76)의 집을 덮쳤다.
이사고로 정씨의 10평싸리 슬레이트가옥이 흙더미에 묻혀 집주인 정씨와 둘째아들 한남씨(25·기아서비스판금공), 임신중인 세째며느리 김덕임씨(20) 등 3명과 건넌방에 세든 김영일원씨(49)와 김씨의 장녀 윤정(10)·차녀 용희(9)양·장남 재홍군 등 두 가족 7명이 숨졌다.
사고당시 정씨의 막내아들 한용씨(22·택시운전기사)도 가족과 함께 있었으나 재빨리 피해 무사했다 정씨의 처 문봉금씨(65)와 사고전날 친정에 다니러 온 딸 한옥씨(30·여수시)와 외손자 구성규군(5)등 3명은 이날 하로 11시 30분쯤 광주시 원산동 천주교회에 미사를 보러가 화를 면했다.
광주시는 사고가 나자 시·동직원 1백50여명과 민방위대원등 3백50명을 동원, 16일 상오 2시30분쯤부터 포클레인 1대를 동원, 시체발굴작업을 벌여 상오8시10분쯤 시체1구를 찾아냈다.
숭신공고는 83년부터 이 지역 야산중턱을 깎아 축대를 세우고 신축교사를 지었는데 배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가오면 흙탕물과 토사가 운동장축대밑에 있는 정씨집등으로 흘러들어 피해를 보였다는 것.
15일하오 11시쯤 부곡동745 신축건물 벽이 무너지면서 잠자던 손분양(15)이 깔려 숨졌고 16일 상오 3시쯤에는 낙동강의 범람으로 대피중이던 명지동2892 이정임씨 (여·21)가 물에 빠져 숨졌으며 이씨의 아들 서성인군(4)이 물에 떠내려가 실종됐다.
하오11시쯤 낙동강물이 범람, 부산시명지·대저동일대 7개 마을 7백33가구주민 2천6백30명이 인근 진동새마을회관과 명지국교등지로 긴급대피했고, 자정무렵에는 부산시 남항동 3가 매림지역주민 38가구 1백58명도 해일로 바다물이 넘치자 인근 대평국교로 긴급 대피했다.
◇어선침몰·실종=16일 상오1시20분쯤 용호동 동국제강앞 1백m 해상에서 한진상선소속 제51한진호(9백99t)가 파도에 휩쓸려 침몰, 선원11명이 실종되고 박용준씨(33)등 3명은 헤엄쳐 나왔다.
한진호는 15일 여수항에서 시멘트를 싣고 삼척으로 가던 중 「셀마」를 피해 동국제강 부두에 있다가 파도가 거세지자 광안리해수욕장쪽으로 이동하던 중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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