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버이날 꽃 달아드리게 송환 매듭 직접 풀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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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87년 1월 어로 중 납북됐던 동진호 선원 최종석(61)씨의 딸 우영(36)씨가 15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송환을 호소하는 편지를 전했다. 우영씨는 이날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노무현 대통령께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써 "올해 어버이날에는 19년 동안 달아드리지 못한 카네이션을 아버지 가슴에 달아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제 아버지를 위해 대통령께서 이 매듭을 직접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민국은 국민 최종석을 잊지 않고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 달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촉구했다.

우영씨는 현재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을 맡아 납북자.국군포로의 송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일간지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부친 송환을 요구하는 편지를 광고로 냈다.

그는 편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고, 이제는 납북자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 주시는 대통령을 만날 차례"라고 했다. "저는 부디 그분이 노무현 대통령이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소원했다.

우영씨는 "해양수산부 장관님 시절 납북자가족대표단을 면담한 날을 기억하시는지요"라고 쓴 뒤 "당시 대통령께서 '왜 같이 오지 않았느냐'며 제 안부를 물으셨다는 말을 전해듣고 큰 위로를 받았다"며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우영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월 예정된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국군포로에 대한 합의가 도출돼 우선 부친의 생사 확인이라도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청와대 게시판엔 일부 네티즌이 우영씨 글에 찬반 양론을 제기, 20여 개의 댓글이 올랐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정권에 의해 불가촉(최하층) 천민 대접을 받는 납북자 가족의 소리"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한나라당이 정권 잡을 땐 방치하다가 왜 참여정부에 악을 쓰느냐"며 "지나간 과거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부는 댓글을 주고받으며 납북자 문제를 놓고 원색적인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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