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순실… “카메라 퇴정해달라”고 명령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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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국정농단’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국정농단’사건의 핵심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에 적극 임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774억원을 16개 대기업에서 강제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으로 기소된 최씨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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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 10분쯤 판사가 취재진을 향해 “이제 법정에 있는 촬영기자들은 재판 진행을 위해서 퇴정해주시기 바랍니다”며 퇴정을 명령하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최씨가 고개를 들었다.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최씨는 카메라가 모두 철수하자 비로소 고개를 들고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나눴다.

이후에도 최씨는 이 변호사와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적극적인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검찰 측이 자신의 공소사실 설명을 듣던 중 최씨가 입을 가린 채 말하자 이경재 변호사가 손사래를 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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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시작 30분 전인 1시 40분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법원 구치감에 도착한 최씨는 재판 시간에 맞춰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흰색 계통의 밝은색 수의를 입고 뒤로 묶은 머리에 검은 뿔테안경 차림으로 고개를 숙인 채 교도관의 손에 이끌려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장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직업을 묻자 최씨는 “임대업”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마이크를 사용했지만 발음이나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이후 검찰 공소사실에 관한 의견을 묻자 최씨측은 이날 “딸마저 어미의 잘못으로 새해 벽두부터 덴마크에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르는 험난한 지경에 놓였다”며 “이를 감수하고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현지시각) 딸 정유라(21)씨가 덴마크에서 체포 및 구금된데 따른 것이다.

최씨측은 또 “박 대통령, 안 전 수석과 3자 공모한 적이 없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에 관여하거나, 재단에서 금전적 이익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이전 공판준비기일과 동일한 주장을 했다

한편 재판이 열린 150석 규모의 서관 417호 대법정은 재판이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한 방청객들로 가득 찼다. 피고인이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던 2회 공판준비 기일에 빈자리가 눈에 띈 것과 비교해 차이를 보였다.

경찰은 이날 중앙지법 경내에 총 80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법원도 법정 안에 방호원 10여 명을 상주하게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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