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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티 테크] 주가 따라 주식·현금 비율 조정…ETN, 박스권에서도 수익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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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청춘의 지갑을 채우자 <9> 스마트리밸런싱 ETN 투자

‘써티(Thirty)테크’의 목표는 적금과 부동산 중심의 재테크에서 벗어나 ‘20~30대 맞춤 투자 전략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일보 기자가 직접 금융투자에 나섭니다. 실제 수익률을 공개하고, 혹 성과가 좋지 않다면 실패 원인까지 분석합니다.

증권사가 발행 ‘지수 손실’ 없어
주가 변동 많을수록 수익 커져
2015년부터 소액투자 가능해져
변동폭 변화 준 상품도 나올 예정
11월 구입한 종목 1.31% 손해 봐
연초 주가 하락하면 수익 날 듯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아들·딸·사위가 뭘 해도 좋지만 증권회사만은 절대 안 된다.”

1980년대 주식에 대한 ‘보통’ 어르신들의 생각이다. 주식 투자로 거부(巨富)를 이룬 사람 얘기는 신문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식 투자로 ‘쪽박’을 찬 사람들 얘기는 가족 제사에서도 옆집에서도, 동창회에서도 들을 수 있다. 주식으로 돈을 벌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수준의 확률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서는 다르다. “주식은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좋은 주식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오른다”(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말처럼 좋은 주식을 사서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수익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2007년 주식 투자에 손을 댔다 결혼 자금이 필요해 손절매했던 암울한 기억에 주식 투자에서는 손을 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증권 분야 취재를 맡게 돼 다시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엔 제대로 알고 투자해보자 마음 먹었다. 마침 취재원이 관심을 가져보라는 상품이 있었다.

‘상장지수증권(ETN)’. 생소하다. 지난해 11월에야 시장 개설 2년이 지난 신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들어봤다. 기본은 인덱스 펀드인데 이걸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가 편하게 만든 상품이다. ETN은 ETF와 비슷하다. ETF처럼 코스피200,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지수 등 특정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그런데 상품의 형태가 펀드가 아니라 증권사가 발행하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자사 신용으로 기초 지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라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ETF는 운용사가 지수를 추적하는 동안 오차가 발생해 수익률이 지수 움직임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ETN을 발행한 증권사가 망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130여 개의 종목 가운데 취재원이 추천해준 상품은 NH투자증권이 발행한 ‘QV 스마트리밸런싱 250/3 상장지수증권(ETN)’이다. 뭔가 복잡하다. 특정 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원리는 이렇다. 리밸런싱(rebalancing)은 주가 흐름에 따라 주식과 현금의 비율을 재조정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주가가 1000원에서 2000원, 다시 1000원으로 움직였다고 가정하자. 처음에 1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다. 5만원으로 A기업 주식 50주를 사 주식과 현금의 비율을 50대 50으로 맞춘다. A기업의 주식이 2000원으로 오르면 주식과 현금의 비율은 100(10만원)대 50(5만원)으로 조정된다. 이때 주식 2만5000원어치를 팔아 비율을 50(7만5000원)대 50(7만5000원)으로 맞춘다.

A기업의 주식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다시 떨어지면 주식과 현금의 비율이 50(3만7500원) 대 100(7만5000원)이 된다. 그러면 주식 1만8750원을 사 50(5만6250원)대 50(5만6250원)으로 맞춘다. 주식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자산은 11만2500원이 된다. 수익률은 12.5%를 달성한 것이다. 이걸 투자자가 주가가 변할 때마다 일일이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스마트’하게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곧, 이 상품은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게 아니라 지금과 같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상황에서 변동이 심해야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1월 ETN 시장 개설 2주년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냈을 때에도 화학·전기전자 등 업종에 투자하는 ETN을 제치고 스마트리밸런싱 ETN이 수익률 기준 2위에 올랐다. 취재원이 이 ETN을 추천해 준 것도, 기자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투자 방법은 2011~2012년 ‘파도타기 투자법’이라고 해서 유행했는데, 당시에는 최소 3000만원 이상은 있어야 증권사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다. 2015년 4월 스마트리밸런싱 ETN이 도입돼 소액(주당 1만1000원선)으로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상장된 이 ETN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준으로 235~265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여야 한다. 상품 이름 중 ‘250/3’이란 코스피200에서 250포인트를 중심으로 잡고 3포인트 간격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최근 코스피200지수는 260포인트 주변에서 머물고 있다. 문성제 NH투자증권 전략운용팀 차장은 “앞으로 250/4, 260/3처럼 중심점이나 변동폭을 달리하는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래는 주식처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로 가능하다. 기자가 지난해 11월 25일 1만1790원에 구입한 종목은 현재(12월 30일 기준) 1만1635원이 돼 1.31% 손해를 보는 중이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200지수가 주로 250포인트 위에 있었기 때문에 변동이 크지 않았다. 연초 주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써티테크 10회에서는 무주택자 30대 정선언 기자의 ‘수상한’ 아파트 청약 도전기를 소개한다.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에서 지면보다 먼저 만날 수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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