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르포] 스마트 포스코, 빅데이터 만난 쇳물공장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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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소에서 한국 제조업의 갈 길을 찾다

지난해 12월 2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직원이 쇳물이 나오는 공정을 보고 있다. 5개 고로 중 가장 큰 1고로는 하루 1만5000t을 생산한다. [광양=프리랜서 오종찬]

지난해 12월 2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직원이 쇳물이 나오는 공정을 보고 있다. 5개 고로 중 가장 큰 1고로는 하루 1만5000t을 생산한다. [광양=프리랜서 오종찬]

‘쇠·불·인간’.

공장에 사물인터넷 장치 부착
데이터 분석 공정·결함 해결
원가 줄이고, 설비 수명 늘려
“굴뚝산업 생존하기 위해선
IT와 결합된 체질 개선 필요”

철을 부리기 위한 기본 세 요소는 3000년간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를 맡고 있는 최규택 공장장이 궁극적으로 눈여겨보는 것도 이 세 가지다. 최 공장장은 “세계 최고의 자동화 고로에 온 걸을 환영한다”며 통제실을 공개했다. 120여 개의 모니터와 수십 대의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빼곡한 통제실 뒤 벽면은 김홍도의 대장간이 장식하고 있다.

광양 1 고로는 포스코의 자랑이다. 하루 1만5000t씩 연간 530만t의 쇳물을 녹여내는 ‘거인’의 6000㎥ 배 속에 바람과 석탄을 넣어 주는 전 과정은 모두 폐쇄회로TV(CCTV)로 중계된다. 공장 관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생산량이 많지만 가장 적은 인력(8명)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도입한 자동화 덕분이다. 높이 110m 고로에 철강석과 석탄을 층층이 쌓는 작업, 2분에 한 번씩 고로에 구멍을 뚫어 쇳물을 흘려보내는 작업, 쇳물을 운반차에 싣고 다음 공정이 시작되는 슬래브 공장으로 운반하는 과정엔 사람 손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 팩토리는 원격으로 모니터를 통해 설비 이상을 감지한다. [사진 포스코ICT]

스마트 팩토리는 원격으로 모니터를 통해 설비 이상을 감지한다. [사진 포스코ICT]

광양제철소는 2017년을 맞아 다시 한번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자동화를 넘어 ‘스마트 제철소’가 목표다. 이 실험은 2015년 7월 후판 공장에서 시작됐다. 후판은 선박과 해양구조물 건조에 쓰이는 철강제품이다. 후판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바꾸기 위해 광양제철소·포스코ICT 등과 함께하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고 현재 시범 가동 중이다.

후판제품은 공정이 진행되면서 길이와 모양이 수시로 바뀌는 특성이 있다. 이를 바로잡으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제조공정을 진행하면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엔지니어가 결함 이유를 분석해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명쾌한 해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각 설비에 사물인터넷(IoT) 장치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자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결함이 생기면 이전 공정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해 원인을 찾아냈다. 원인을 제거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위험이 줄어든다. 결국 제조원가는 낮아지고 설비 수명도 연장된다.

포스코는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2138만㎡·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인 광양의 전 공정을 단계적으로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포스코 측은 2등이 따라올 수 없는 저비용·고효율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광양제철소의 임종대 후판부장은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방식을 정립하고 제철공정에 적용 가능한 표준모델을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한 제조현장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상에서 실제에 가까운 신제품 테스트가 가능해진다는 점에 기대를 품고 있다. 철강산업은 신제품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 업종이다. 값싼 테스트 공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철소에서 모인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가상의 공장에서 3D 기술로 설비를 배치하고 첨단 제어 알고리즘과 공정기술을 접목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신제품 실험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포스코의 스마트 제철소 실험은 제조업 생존 전력의 일환이다. 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정보기술(IT) 융합이란 패러다임 변화에서 철강산업 같은 굴뚝산업도 살아남기 위해선 스마트화 기술 도입은 생존을 위한 기본이 됐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제조업체마다 스마트 공장 실험을 많이 하지만 무엇을 위한 스마트화인지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 각 제조업체에 따라 목표가 운동량을 측정하는 스마트화된 신발 생산 혹은 IT를 집약한 특정 제품일 수 있다”며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광양=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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