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기쁜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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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 기쁜날 찻값은 무료입니다.』
「직선제개헌」등 8가지 시국수습방안이 발표된 29일 하오 서울북창동의 「가화다방」.
4O평 남짓한 다방을 빈틈없이 메운 1백여명의 시민들이 난국을 수습하는 낭보를 전해듣고 상기된 표정으로 얘기꽃을 피운다.
『우리 모두가 염원하던 민주화가 이루어져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거리의 정치가 사라지길 바라는 뜻에서 찻집을 이웃에 잠깐 빌려줬을 뿐입니다.』
6·10대회후 보름째 최루탄가스에 시달려온 다방 주인 전순찬씨(48·여)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료 개방된 다방에는 이날 평소보다 3배나 많은 손님이 몰려 문전성시.
『화끈하고 놀랍다.살맛나는하루였다.』
『뒤통수를 맞은듯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민심이 천심임을 다시 확인했다.』
평소와는 달리 오고 가는 대화의 절제된 언어 속에는「민주화」에 대한 강한 염원이 진솔하게 깔려있다. 『찻값이 아까와서가 아니라 기뻐하는 이웃의 모습을 만나고 싶어 왔다.』
는 손님이나『오늘은 잔칫날이니 손님을 정성껏 모셔야죠.』하며 환하게 웃는 종업원이나 가벼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축제분위기.
다방측은 『기분 좋은 날 민주성금이라도 내겠다.』는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작은항아리를 마련,수익금은 보훈성금으로 쓰기로 결정.
연일 최루탄과 화염병의 공방으로 전장을 방불케했던 시가지도,캠퍼스도 이날 하루만은 활기와 웃음으로 가득찬 평화스런 모습이었다.
『4·19이후 27년만에 주어진 호기입니다.이번에야말로 성숙된 민주시민의 저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다방을 나서는 시민 저마다의 다짐은 민주화를 기약하는 증표같아 흐뭇하고 마음든든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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