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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기억과 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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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기억과 싸웠던 한 달이었습니다. 최순실 청문회는 ‘기억나지 않는다’의 연속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탄핵소추 관련 대통령 대리인단은 30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을 잘 기억 못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특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순간입니다. 최순실 태블릿처럼, 정호승 휴대폰처럼 사라진 기억을 이기는 ‘팩트 폭격’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넓혀보면 예상 못한 일이 너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브렉시트가 그랬고,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그랬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를‘선동의 시대’라고 회고합니다. 브렉시트도, 트럼프도 대중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무엇을 자극한 선동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선동이 먹혔다는 것은 주류의 실패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전문가, 기존의 미디어가 답을 주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단순히 정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온 것들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주류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에도 깜짝 놀랄 일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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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답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칙대로 한걸음씩 나아갈 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박한철 소장의 신년사는 그런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합니다. 박 소장은“오직 헌법과 투명한 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약속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김영훈 디지털담당 fili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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