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거 차관보 한국정세 관련 TV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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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한남규특파원】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의 시국수습방안에 대해 「시거」 미국무 성동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는 29일 아침 부랴부랴 마련된 ABC텔레비전의 긴급대담 프로 에 출연해 「셰익스피어」 를 인용할 만큼 흥분해가며 환영, 한국정세발전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시거」 의 대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태우민정당대표의원이 야당이 요구해온 직선제개헌을 하겠다고 했는데 돌파구가 되겠는가.
▲이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며 하나의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의 발언은 여당을 대표해서 취해진 것이며 대통령에게 몇 가지 건의를 한 것으로 안다. 그 중의 하나가 대통령 직선요구다. 우리는 대통령선거가 아마 12월중 실시될 것으로 알고 있다. 노대표는 이와 아울러 선거절차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소식을 보면 노대표가 이 문제에 관해 전대통령과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돼있다. 두사람이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노대표가 과연 전대통령의 동의 없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상의하지 않았다면 약간 이상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두사람 사이에 이 문제에 관한 대화와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전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놀랄 일이다.
-미국은 전대통령에게 뭘 원하는가.
▲글쎄. 우리는 정치적 변화에 착수하라고 촉구해왔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선거제도를 보고싶다고 말해왔다. 이번 일은 바로 그 방향으로 향한 것이다. 김영삼·김대중씨를 포함한 야당지도자들도 이 발표에 대해 반가움과 기쁨을 나타낸 것으로 안다.
-방한 때 이런 종류의 타협안을 모색했는가.
▲우리는 83년9월 「레이건」 대통령이 한국국회에서 발언할 때 이미 우리가 원하는 바를 명백히 밝혔다고 생각한다. 「레이건」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와 인권을 언급,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줄곧 훨씬 폭넓은 정치체제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한국의 모든 정당정치지도자들에게 촉구해왔다.
-서울에 가서 이런 유의변화를 강구했는가.
▲본인은 상황을 평가하고 돌아가는 상태를 보기 위해 갔었다. 며칠 간 정치지도자들과 사회지도자들을 만난 결과 한국이 정치적분수령에 와있고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돌아왔다. 사정이 달라졌다. 한 각료 (한국의)가 나에게 말한 대로 열병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열병은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자는 갈망이었다. 국민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위로는 전대통령에서부터 정부말단에 이르기까지, 야당모두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었다.
-미국은 전대통령이 이를 수락할 것을 바라는가. 수락하지 않는다면.
▲특정문제에 대해 본인이나 우리정부가 직접 끼여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정부에 의해 문이 열렸고 세부사항은 한국민들이 해낼 수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That is the beauty of it.) 시작이 이루어졌고 이를 살려 나가고 있다. 「인간사에는 간만이 있으니 호기를 타라」 는 「셰익스피어」 의 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국민들은 지금 호기를 올라타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지지조치가 필요한가.
▲우리는 현 과정을 지지한다. 우리는 여당의 발표와 야당정치인의 반영에 무척 고무 받았다. 일들이 잘 진행돼 그들이 세부작업을 벌이는 앞으로 몇달동안 계속된다면 한국은 보다 폭넓은 정치체제의 길로 들어가 한국사람들 표현대로 만개된 민주주의를 누리게 될 것이다.
-직선제를 요구한 노대표의 말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단순히 「현 과정을 지지한다」 는 선에서, 그리고 대통령이 지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잘못된 게 뭐 있는가. 우리는 그저 한국정치과정 한가운데 끼여들고 싶지않을뿐이다. 세부적인 일들은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노대표 제안에는 여러가지가 들어있다. 직선제뿐이 아니다. 정치개혁, 경찰개선, 지자제, 인권, 사면·복권등을 언급했다. 이런 일들은 노대표자신, 여당, 전대통령, 야당사이에서 세부적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들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또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김영삼씨가 언제라도 노대표와 마주앉아 논의를 벌일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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