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원내대표에 주승용…안철수, 호남의 벽에 막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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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승용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후 당선 인사차 국회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 선출 투표에서 상대 후보인 김성식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사진 김현동 기자]

주승용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후 당선 인사차 국회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 선출 투표에서 상대 후보인 김성식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사진 김현동 기자]

조배숙

조배숙

국민의당이 29일 새 원내대표에 주승용(4선·여수을) 의원을 선출했다. 정책위의장은 조배숙(4선·익산을) 의원이 맡는다. 주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35표 중 18표 이상을 얻어 김성식(재선·서울 관악갑)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안 측, 김성식 밀었지만 결국 패배
‘당내 호남 색깔 약화’ 구상 물거품
국민의당, 개헌 고리로 내세워
비박·비문과 연대 가속화 가능성
주승용 “친박·친문 빼고 통합을”

주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시급히 구성해 국회가 24시간 불을 밝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지금의 국회가 할 일”이라며 “쉴 새 없이 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선은 호남 중진과 안철수 전 대표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실제 경선에서 주 원내대표는 22명의 호남 의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안 전 대표 측은 막판까지 호남 초선 의원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김 의원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호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 결과는 안 전 대표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이 분석했다. 게다가 수도권 의원인 김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당의 호남 색채를 약화시켜 확장성을 도모한다는 안 전 대표 측의 구상에도 물거품이 됐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후보 연설에서 “우리 당의 뿌리는 호남”이라며 “지금은 호남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호남마저 지지율이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호남세에 힘이 실리면서 국민의당이 개헌을 고리로 개혁보수신당(가칭)이나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非文) 계열과 연대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꾀한 것과 달리 호남 중진 의원들은 국민의당도 하나의 플레이어로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대선 승리를 위해선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며 “개헌도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비박과의 연대 고리를 끊어내는 것을 보며 당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의원이 많았다”며 “이번을 기회로 안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선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향후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후 “모든 세력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새 원내대표와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으로 유탄을 맞은 건 박지원 전 원내대표다. 전남이 지역구인 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기 때문에 당 대표에는 전북의 정동영 의원이나 수도권의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이 당선돼야 한다는 지역 안배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이번 선거는 결국 안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경고장”이라며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안철수·박지원 체제의 연장이라고 본 의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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