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촛불집회 두고 "김정은 통일 구상에 남조선 인민이 호응한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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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촛불집회를 “남조선 인민이 김정은 동지의 조국통일구상에 호응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탈북민 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소식통의 전언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지난 14일 ‘정기 수요강연회’를 열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조국통일구상에 남조선 인민들은 수백만 촛불로 호응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최순실 사태를 ‘희대의 사기꾼 여자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을 속인 데 대해 남조선 인민들이 화가 나 대통령을 내쫓으려는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당국이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아는데, 최고지도자가 사기를 당한 것을 어떻게 일반 주민들이 알게 됐는지를 궁금해하고, 최고지도자를 내쫓을 수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 여론이 이렇게 흘러가자 북한 당국이 남측의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뿐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호응하는 흐름이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또 북한 파워 엘리트의 대표적 인물인 김원홍 북한 국가보위상이 토사구팽의 위기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김원홍 보위상을 불러들여 ‘국가보위성이 김정은 동지의 특별한 신임을 악용해 당위에 군림하며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고 돈과 불자를 뜯어냈다’는 검열 내용을 발표했다”며 “김원홍은 자백서를 썼지만 현재 체포되거나 강등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했을 때 김원홍 등을 앞세웠던 것을 두고 김 대표는 “김정은이 권력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 김원홍을 통한 정보정치는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김원홍을 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K지식인연대는 이날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을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기념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특별지시문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이 특별지시문은 (백두산 인근) 삼지연을 김정은의 고향으로 처음으로 밝혔다”면서 “(김일성 출생지인) 만경대를 북한이 ‘혁명의 고향’으로 불러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삼지연을 ‘태양의 고향’이라 지칭했다”고 전했다. 이 특별지시문은 또 “인민군대는 우리 무적의 힘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사변들로 1월의 명절을 맞이하라”고 돼있어,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여부가 주목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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