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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의 단안 내려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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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의 시국수습방안의 윤곽이 밝혀졌다. 2, 3일 안에 발표되리라는 이 수습 안에는 개헌논의의 재개와 함께 여야 영수회담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6·10사태와 관련된 구속자의 석방 및 김대중씨 연금해제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여당이 개헌논의를 재개키로 한 것은 그동안의 자세에 비해서는 상당한 궤도수정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4·13조치에서 연유되는 만큼 이 조치에 따른 일방적인 정치일정 추진방침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물론 개헌논의가 재개된다고 해도 그것은 정국을 4·13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는 것 일뿐 권역구조에 관한 여야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라고 해야 옳다.
개헌의 핵심인 정부형태에 관한 야당의 입장은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고 그 결과에 따라 개헌을 한 다음 새 헌법에 따라 새 정부를 출발시켜야만 88년의 양대 행사가 원만하게 치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야 안에는 야당이 제시한 9월 시한까지 합***개헌을 위해 노력하고 그게 안되면 정치일정 자체를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차기 정부를 「한시적 정부」로 규정, 일단 현행 헌법에 따라 정권교체를 하고 내년의 양대사를 치른 다음 국회의원 선거법을 고쳐 13대 선거를 통해 정부형태를 선택케 하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여야간의 대화가 실현되면 그 첫번째 과제는 이와 같은 여야의 상반된 입장을 조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곧 열리리라는 김대통령과 김영삼총재간의 회동에서 이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이 설정되기를 기대한다.
참으로 어렵사리 이룩된 대화의 자리인 것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모든 현안이 풀리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위급함에 비추어 여야 영수회담은 시국수습에 관한「대강」만은 정해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러한 최소한의 기대치마저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정국은 다시금 걷잡을 수 없는 혼돈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더우기 효과적인 중재자나 완충역이 없는 우리 정치풍토에서 영수회담의 결렬은 곧 여야의 정면충돌로 이어질게 뻔하다.
대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요건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우선 집권한 쪽은 국민의 여망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국민의 생각을 따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길이며 민정당이 말하는「정권재창출」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지금 모든 정치일정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권자로서의 권리행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승복할 수 없다는 자세인 것이다.6·10에서 표출된 민의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정부·여당의 개혁논의 재개 결정이 이러한 민의에 따른 것이라면 앞으로의 정치일정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비상조치」건,「민중혁명」이건, 파국적 상황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그처럼 강조해온 것 아닌가.
야당에 대해 명분론에 집착, 강성 요구로 일관하지 말고 탄역성을 띤 현실적인 감각을 갖고 대학에 임하기를 권유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화를 서두른다면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구국의 단안도 내려 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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