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풍」에 증시 춤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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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증시는 그야말로 「정치장」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국의 풍향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증시가 요즘처럼 정치외풍을 타기는 처음이다.
주식투자란 원래 정치·사회정세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지만 최근 아침·저녁으로 급등·급락을 거듭, 갈팡질팡하는 주가동향은 투자자들과 증권전문가들을 무척 당황스럽게 만든다.
하루 올랐다 싶으면 다음날 폭락하고 또다시 폭등하는 반전의 연속인데 그폭이 또한 너무 크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격심했던 지난주만 보더라도 16,177일 이틀간 종합주가지수는 9.95포인트 폭락하더니 18일에는 8.29포인트 반등했다. 그러던것이 다시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올들어 네번째 큰폭인 9.90포인트나 급락, 장은 썰물 분위기였지만 토요일에는 상승세로 돌아서투자자들이 어리둥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리아펀드(당초 발행가 12달러) 시세도 지난15일부터 큰폭으로 떨어지기 시작, 17일에는 전날(65달러)보다 8.4%나 떨어져 59.75달러로, 19일 다시 56.125달러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말 이후 환차익을 노려 계속 늘고 있던 본국송금도 주춤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에도 이같은 정국동향에 따른 증시폭락 장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26이나 12.12사태, 5.17 아웅산사건,, 그리고 작년에도 정국에 관한 악성루머 때문에 4.24 대폭락을 기록한바 있다. 또 국회 「국시」 발언이 있었던 작년 1O월14일 직후 증시가 일시에 급냉 되기도 했었다.
정국이 먹구름에 휩싸이면 증시에는 한파가 몰아친다.
정국 불안과 관련해서 증시에는 각종 루머가 난무하는데 이들 루머들이 주가에 큰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루머는 그 진원지가 확실치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최근 일만 하더라도 19일 있은 국무총리의 시국에 관한 담화문에 관한 루머는 하루반 전인 18일 아침 일찍부터 증시에 나돌았다.
또 지난번 개각 직후에는 밑도 끝도 없이 쿠데타루머가 나돌아 주가폭락을 야기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증시루머는 거액상주투자자인「큰손」을 비롯, 상장기업 간부인「내부자」,정부당국자등 각계의 이른바「실력자」들이 진원지일 것이라는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식투자 층에는 정책수립에 관여하는 공무원과 전고위실력자, 기업과 관련이있는 사람들이 많아 각종정보를 비교적 손쉽게 입수할수 있고 이자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대 유포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이같은 루트를 통해 증시에 떠도는 루머는 대부분 증귄사의 투자분석과에서 수집돼 삽시간에 전국각처에 있는 증권회사 객장에 퍼진다.
요즘 주로 정국에 관한 루머는 대충 이같은 루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최근 루머의 특색은 정국의 향방이 갈피를 잡을수 없는 것이라서 신빙성도 문제지만 뒤집히기가 십상이다.
정국이 안정되기까지는 각종 악성루머가 나돌것이고 그에따라 증시는 널뛰기를 거듭할것이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민의에 입각한 조속한 정국의 안정을 갈구하고 있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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