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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더 아름답게’ … 디올이 빚은 색의 향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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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호 16면

(왼쪽부터) 1961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57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57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1956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47년 첫 번째 컬렉션에서 잘록한 허리선, 올라가 보이는 가슴선, 부드럽게 떨어지는 어깨선의 ‘뉴룩(New Look)’을 선보이며 ‘여성이 가장 여성스럽게 보일 수 있는 옷’으로 패션의 혁신을 가져왔던 크리스티앙 디올.


그가 평생 사랑했던 8가지 컬러와 디올 하우스 70년의 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디올 컬러의 세계-Dior Colors’ 전시가 서울 청담동 하우스 오브 디올 4층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선사하는 색채의 향연 속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보시길.

1949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2007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만일 누군가 우리에게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흰색이라는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즉시 그 색을 지닌 사물들을 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어들의 의미를 설명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책『색에 관한 고찰』중.


위대한 철학자의 말처럼 색을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색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분명하다. 특히 여성에게 옷의 색깔은 자신의 기분이나 매력을 대신 표현해주는 매개체다. 색의 상징성을 어떻게 이용하는가가 대단히 중요한 이유다.


평생을 여성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위해 고민해온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올은 패브릭이나 라인만큼이나 컬러에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1954년 출간한 자신의 책에서 “당신의 매력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컬러들 대신, 당신을 돋보이게 하고,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컬러를 찾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옷을 만드는 시간 내내 아름다운 컬러의 경이로운 세계를 탐구했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각각의 색깔에 매력적인 상징성을 더했다.

(왼쪽부터) 1956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52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47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이번 전시는 1947년부터 2016년까지 크리스티앙 디올과 그의 뒤를 이어 디올 하우스를 이끌어온 후배 디자이너 장 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해 추구해왔던 컬러풀한 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핑크&레드’ ‘그린&블루’ ‘블랙&네이비’ ‘화이트&그레이’ 총 네 가지 테마로 나뉜다. 이 컬러들과의 인연은 크리스티앙 디올의 유년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노르망디의 그랑빌 해변가였다. 이곳 전원주택에는 어머니가 정성들여 가꾸던 정원이 있었고 해마다 붉은 빛깔의 작약과 장미가 꽃을 피웠다. 저택 외벽은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자갈이 깔린 길은 그레이, 잔디밭과 풀은 그린, 하늘과 바다는 블루와 짙은 네이비, 하늘의 구름은 흰색이었다.


성인이 된 크리스티앙 디올에게 컬러의 영감을 준 것은 표현주의 영화와 연극이었다. 무대 위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품격 있는 남녀 배우들의 슈트와 드레스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컬러의 다양한 변주를 상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 원단을 통해 구체화되면 크리스티앙 디올은 그 컬러에 스크림 레드(scream red), 티치아노 브라운(titian brown), 트리아농 그레이(trianon grey), 베르탱 핑크(bertin pink), 베르메르 블루(vermeer blue)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180여 가지 컬러와 쉐이드, 톤을 활용해 아주 미묘한 차이의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니, 그 무한한 상상력과 집요한 노력이 놀라울 뿐이다.

(왼쪽부터) 1956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58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1949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왼쪽부터) 1956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1958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이번 전시는 컬러를 테마로 한 디올의 첫 번째 전시인데다 형식면에서도 흥미로워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동대문 DDP에서 개최됐던 ‘디올 정신’ 전시는 디올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총동원하다시피 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잘 정제된 콤팩트함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채운 옷들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귀한 유산인 아카이브를 활용했지만 실물이 아닌 미니어처들이다. 실제 인체 키의 1/3로 축소한 미니 마네킹에 어울리는 사이즈다. 이를 위해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위치한 디올 하우스 아뜰리에 공방 장인들이 직접 나섰다. 언뜻 보기엔 인형 옷처럼 작고 앙증맞아서 마냥 귀엽기만 한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작은 주름 하나, 반짝이 장식까지 놓치지 않고 실물을 그대로 재현해낸 극도의 정교함과 예술성에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다.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최고의 자산으로 자랑하는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 오래된 향수 보틀, 부채, 모자, 구두 등 패션과 짝지을 수 있는 실제 사이즈의 장식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크리스티앙 디올은 단지 옷만으로 여성에게 색을 선사한 건 아니다. 1955년 루즈디올 립스틱을 출시하면서 코스메틱 업계에도 입성했는데, 이는 ‘여성의 미소에도 컬러를 입히는’ 일이었다.


“나의 꿈은 여성들을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루며 군복처럼 각진 재킷 속에 여성성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여성들에게 ‘뉴룩’을 통해 꽃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라인을 되찾아준 디올. 그가 여성을 더 행복하게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냈던 컬러들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까….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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