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냉전 대결 벗어나 대화 나서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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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호 2 면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한 열병식을 열고 자축했다. 인민군 2만 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는 최신 무기와 각종 장비가 등장했다. 우리나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와 대전권까지 타격할 수 있는 300㎜ 신형 방사포와 탄두를 개조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공개했다.


 열병식 비용만 해도 북한으로서는 큰 규모인 1조~2조원이 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대대적인 외화 조달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북한의 호화 열병식과 행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성대한 열병식 뒤에 가려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과연 노동당 정권이 이런 행사를 벌일 자격이 있는지 먼저 묻고 싶다. ‘이밥에 고깃국’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북한 사회를 인권과 민주주의의 불모지로 만든 실패한 정당이 아닌지 노동당은 답해야 할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주민을 기아와 가난으로 내몬 노동당은 김씨 3대 세습독재의 수족 역할을 하는 사당(私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백두혈통이 독점하는 ‘김씨 북한’은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수령절대주의에 매몰돼 있는 유사 종교집단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2012년 집권한 김정은은 그동안 고모부 장성택 등 지도급 인사 70여 명을 잔혹하게 숙청하는 공포정치로 1인 지배체제 유지에 성공했다. 당분간 이런 식으로 권력을 유지하겠지만 그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여러 우려 속에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이 예고했던 장거리 로켓 발사나 추가 핵실험 도발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연유에서건 이는 일단 긍정적인 신호다. 이를 근거로 우리는 북한이 대결보다는 대화로 나오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싶다. 물론 북한이 앞으로도 언제건 크고 작은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이러한 도발 위협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조선노동당의 완성은 독재와 아집이 아니라 남한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상생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먼저 8·25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오는 20~26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국자 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남북의 시급한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바란다.


 김정은은 어제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을 하늘처럼 받드는 노동당이 기관차가 될 것을 전체 당원 동지에게 호소한다”며 당 간부들에게 인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주문했다. 말로만 그럴 게 아니고 본인부터 실천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개성공단사업과 같은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언제라도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대결을 버리는 순간 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이 살 길은 핵무기를 버리고 개방과 개혁, 그리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위협과 적화통일 망상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70주년을 맞은 노동당은 우리 민족의 지상명령인 평화통일을 위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남북 인민의 간절한 바람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조선노동당은 더 늦기 전에 민족의 지상명령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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