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교섭…핵실험 조짐으로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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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모습. 김태성 기자

금강산 모습. 김태성 기자

지난해 가을 남북한이 금강산관광사업 재개에 합의하기 직전 결렬됐다고 복수의 북한 관계자가 밝혔다고 25일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한국이 미국 정보당국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재확인하고 관광사업 재개를 철회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논의의 시작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 지뢰 폭발 사건 이후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렸다. 이후 국면은 반전돼 남북 사이에 오랜만에 대화와 협력 분위기가 싹텄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양측이 합의하기 쉬운 부분부터 차례대로 논의하던 가운데, 금강상관광 재개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현대아산 관계자가 올해 1월 방북해 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는 로드맵까지 세웠고, 김정은 당시 제1위원장이 방북을 허락하는 남북합의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의 속셈은 달랐다. 남측은 사업 재개가 비핵화의 전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외화벌이의 수단으로서 사업 재개가 목표였다. 북한은 1998년부터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사업이 중단된 2008년까지 약 4억9000만 달러(약 5800억원)를 벌어들였다.

한국 정보당국은 미국 정보당국에 북한의 의중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지난해 추석 직전, 비밀리에 오산기지에서 미군기를 이용해 평양을 찾았다. 북측은 방북한 미국 관계자들에게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함께하는 이른바 ‘병진노선’을 재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조만간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전했다.

한 달 뒤 한국 정부는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방북 방침을 철회했다. 12월 12일에 열릴 예정이던 남북 차관급 회담도 중단시켰다. 예상대로 북한은 올해 1월 4차 핵실험, 9월 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공식적인 대화채널까지 끊어지면서 양측의 군사적 긴장은 목함 지뢰 사건 당시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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