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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서는 친박·비박 ‘반기문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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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수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종구 의원을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종구 의원을 맞이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서 ‘반기문 쟁탈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새누리당 대 ‘보수신당’(가칭) 간의 승패를 가를 변수는 결국 수(數)싸움이다. 수 싸움의 향배는 결국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 가는 쪽에 보수 무게중심”
황영철 “반 합류 땐 과반이 신당행”
친박도 탈당, 반기문연대 추진설

보수신당 측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의원의 반수 이상이 함께하는 체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128명 중 64명 이상이 신당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 의원은 전날 탈당을 결의한 의원(35명) 외에 30명 정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면서 “반 총장이 우리와 함께하게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신당 측은 반 총장과 물밑에서 교감을 나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당 합류를 선언한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더니 반 총장 영입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대표와 반 총장 사이에 누군가 ‘핫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대부분 새누리당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에 맞춰 보수신당과는 행선지가 다른 독자적인 행로를 모색하고 있다.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보수신당 측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반 총장을 영입해 따로 살림을 차리겠다는 뜻이다. 보수여당의 추가 분열 및 친박계의 분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친박계 핵심 의원은 “탈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있는 신당으로 가는 건 아닐 것”이라며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는 안 올 테니 탈당을 해서 반기문 연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반기문 연대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탈당하면 이탈 규모는 과반 정도가 아니라 8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강원 지역의 이양수 의원은 “(탈당 여부 결정은) 반 총장을 생각하고 있다가 내년 1월 중순에 함께 의논해서 가자고 했더니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중립 성향 의원도 “반 총장 입장에선 보수신당으로 바로 가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신당파를 뺀 9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반 총장을 돕기 위해 탈당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결국은 특정 세력과 손을 잡을 생각임을 밝힌 상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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