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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일부 떠나고 롯데는 들어오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와 그룹 통합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사업 창출과 신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센터는 2020년 성남시 백현지구에 완공된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12일 선박 관련 서비스(AS)를 전담할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부산에 설립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회사를 6개로 분사한다. 분사회사 가운데 현대로보틱스는 대구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충북 음성에 이전한다. 현대중공업의 ‘탈 울산’현상이다.

바뀌는 울산의 산업지도
현대중공업, 6개 회사로 분사 후
대구, 충북 음성 등으로 이전계획
롯데는 울산역 환승센터 본격 추진
쇼핑몰·영화관·키즈파크 등 들어서
2666억원 생산유발 효과 등 기대

롯데그룹의 롯데울산개발㈜은 지난 19일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서를 울산시에 냈다. 부지 7만5395㎡(약 2만3000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환승센터를 2018년 완공 예정으로 내년에 착공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2572억원.

센터에는 쇼핑몰·영화관·키즈파크 같은 시설과 버스·택시·승용차 정류장, 3094대를 수용할 주차장 같은 시설이 들어선다. 롯데울산개발은 롯데쇼핑·건설 등이 지분을 가진 울산 현지법인이다. 울산시는 이 사업으로 생산유발 2666억원, 직접고용 2080명의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으로 주춤한 사이 롯데그룹이 ‘현대시’ 울산에서 재계 중심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울산에는 중공업·자동차·모비스·제철·백화점 같은 범 현대가의 사업장이 모여 있다. 북구에 정주영 회장의 호를 딴 ‘아산로’가 있을 정도다. 울산에서 50년 넘게 산 김재현(76)씨는 타지의 지인을 만나면 “현대가 울산을 살기 좋게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그만큼 울산 시민에게 현대는 각별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조선업 불황으로 현대중공업이 경영난을 겪자 지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구조조정과 분사 결정에 울산시의회 등 지역사회가 강한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황진호 울산발전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장은 “생산시설과 인력이 빠져나가면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로봇 계열사가 대구로 이전하면 의료로봇사업 등 울산시의 신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복합환승센터 개발에 인근 주민의 기대는 크다. 울산역과 6㎞ 떨어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카페 사장 정선재(31)씨는 “역세권 개발로 언양 상권이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가 울산에 본격 진출한 것은 1999년 남구 달동에 롯데마트 울산점을 열면서다. 이후 백화점·시네마·하이마트·호텔 같은 유통·서비스업이 속속 진출했다. 지난해는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을 인수하면서 롯데케미칼과 함께 석유화학 산업의 강자로 떠올랐다.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가 고향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고향사랑’이라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잘 마무리하면 롯데가 울산 재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의 강동권 개발사업은 과제다. 사업비 3100억원을 들여 북구 강동해안에 리조트·워터파크 등을 짓기로 돼 있지만 롯데그룹 ‘형제의 난’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등과 맞물려 2009년 이후 공사(공정률 37%)가 중단돼서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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