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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국민의당·반기문 단일후보 성사가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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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누리당 비박계의 집단탈당 선언으로 대선 지형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1987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신(新)4당 체제가 예고되면서다.

4당 체제지만 3자구도 가능성도
“반기문·안철수·유승민·손학규
모두 왕 꿈꾸는데 장수에 머물까”
문재인 포함 후보 난립할 수도

내년 대선 지형도는 어떻게 구성될까. 87년처럼 4당이 각자 후보를 내며 각개 전투를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 트렌드는 연합이나 연대다. ‘DJP’ 연합(97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2002년)처럼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세력 간 합종연횡에 나설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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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구도

4당 체제지만 야권에서는 대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바라는 3자 구도는 다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권-민주당-국민의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지면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도권과 충청에서 승리하고, 영남에서 선전해 1당을 차지했던 지난 4월 총선과 비슷한 구도를 기대하는 발언이다. 여기에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인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국민의당 측에선 국민의당+비박 신당(보수신당)-민주당-새누리당의 구도를 선호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새정치와 개헌을 매개로 보수신당(가칭)과 손학규·김종인 세력까지 규합하고,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치 참여하면 정국의 중심축이 우리 쪽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3자구도엔 반 총장이 보수신당에 참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비박 신당(수도권·영남 일부)·국민의당(호남권), 반 총장(충청권)이 결합하는 지역 통합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 심리도 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보수 신당 참여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연대 가능성이 컸던 새누리당 친박계가 탄핵 정국에서 급속도로 약화됐고 반 총장도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국가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며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쪽과는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반 총장이 보수신당에 참여해 국민의당과 합치는 구도라면 박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는 친박당인 새누리당이 덮어쓰고, 신당은 개혁적 이미지로 색칠하는 셈”이라며 “우리에겐 쓰나미 같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다자 또는 양자구도

하지만 “정치는 보기 좋은 그림처럼 완성되지는 않더라”(안규백 민주당 사무총장), “반기문·안철수·유승민·손학규 모두 왕을 꿈꾸는데, 장수에 머무르겠느냐”(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반 총장이 보수신당 합류가 쉽지 않게 되면 후보들이 난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의당과 보수신당 등 제3지대를 구상하는 인사들이 단일 후보를 만들려면 각당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토너먼트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되면 시간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엄태석 서원대(행정학) 교수는 “만약 친박계 새누리당(대구·경북), 비박 보수신당(수도권·영남 일부), 민주당(수도권 및 충청·호남 일부), 안철수(호남 일부), 반기문 신당(충청 일부) 등으로 후보가 난립한다면 지지도와 조직에서 앞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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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구도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 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결국 진보 대 보수 진영 대결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호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로 나온다면 이를 막기 위해 보수 후보 간의 통합 작업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야권 지지층에서도 87년 대선 같은 상황을 우려해 단일대오 압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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