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손학규와 연대 가속도…비박과는 선긋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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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3지대’에 먼저 나와 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대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21일)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으로 정계개편이 가시화되면서다.

국민의당도 복잡해진 셈법
박지원과 달리 반기문 영입엔 신중
“반 총장 입장 표명 듣고 판단할 것”

국민의당은 반 총장에게 적극적이었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21일 “우리와 같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도 “최근 반 총장이 국민의당에 굉장한 흥미를 갖고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 총장 측에) 우리 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아직 신중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도 현직 사무총장이고 그리고 아직 정치를 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확실히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입장 표명을 한) 그 이후에 생각해 볼 부분”이라며 여지는 남겨뒀다.

안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의 연대에는 적극적이다. 안 전 대표는 이달 초 손 전 고문을 만나 국민의당 입당을 다시 제안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오게 되면 이후 정의화 전 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 제3지대에 있는 분들과의 연대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언젠가는 힘을 합칠 것”이라며 손-안 연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와의 연대는 아직 선을 긋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지금 이런 참혹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거기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책임 있는 정치 세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취지”라며 뜻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도 “사드 등 주요 현안마다 새누리당 비박계와는 확연히 다른 당론을 이미 정해 놔 비박계와의 연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호남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와의 연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예전보다 떨어진 안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 등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려면 새누리당 비박계와도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도 “지금 비박과의 연대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양극단 세력인 친박과 친문 세력 외에는 다 모이자는 애초의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안 전 대표가 비박계와 연대를 형성한다면 보수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고, 아마 호남에 대한 아디오스(Adios·작별인사) 선언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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