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월급 반도 못 받는 중기…“격차 해소 정책 뒷받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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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민생이다 <3> 취업난 청춘들

청년실업률은 치솟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린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최근 182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5.3%가 “채용을 못 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부족률(3%)은 대기업(0.4%)의 7배가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7일 근로자 10인 이상 전국 1만1918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 결과다.

원인은 딱 하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때문이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 중소기업을 외면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49.7에 불과했다. 2008년 관련 통계를 낸 이후 대기업 정규직 대비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심지어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15%포인트 낮다.

청년들 임금 적어 중소기업 기피
기업 규모 무관, 비슷한 일 하면
동등 임금 받도록 제도개혁 해야
영국처럼 의무 구직훈련도 필요

청년이 기껏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그만두기 일쑤다. 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인력의 43.6%가 입사 후 1년 안에 그만뒀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규모에 따른 실질적인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며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법적·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하청 간의 갑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원청의 임금이 오르면 그에 따른 부담을 원가 후려치기와 같은 방법으로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형태로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 특허와 기술인력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정규직에 유리한 임금구조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바꿔 비슷한 일을 하면 유사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만 해도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가 상당 부분 늘어나고, 대기업에선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새로 내놓는 청년실업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다. 정부는 20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제를 2018년까지 2년 연장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의결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정원의 3% 이상을 무조건 청년 신규채용에 배정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년간 2만5000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추정한다. 격차 해소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일시적인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고용노동부도 인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시장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년실업대책은 겉돌 수밖에 없다”며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에 막혀 있는 상황에선 우선 단기대책을 통해서라도 숨통을 트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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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시행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검토할 때다. 영국은 1998년부터 신고용협약(NDYP) 정책을 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6개월 이상 구직하는 청년은 의무적으로 직업훈련과 능력개발, 취업·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중 40%가 취업에 성공했다. 이마저도 모자라 영국은 내년 4월부터 18~21세 청년을 대상으로 실업 직후 3개월 동안 71시간의 집중훈련프로그램(IAP)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했다. 이를 거부하면 실업수당 수급 자격을 박탈한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4차 산업혁명이 청년층 취업 문제를 결정할 관건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주도세력으로 한국이 나아가면 해결되고, 그렇지 않으면 청년실업을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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