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하는 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먼」은「인쇄기적 현상」 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프린팅 프레스 피노미넌. 바로 인플레를 두고 한 얘기다.
인플레는 자본주의적 현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산주의적 현상도 아니다. 그는 정부에서 돈을 마구 찍어내는 화페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프리드먼」의 그 다음 얘기가 걸작이다. 그 역사적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부는 그것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인플레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숨기기 위해서다.
인플레가 열마나 무서운 병인가는 새삼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것은 우리가 건국후 30여년동안 고질처럼 앓아온 병이다. 「프리드먼」은 인플레라는 병 역시 적절한 시기에 고치지 않으면 한 나라를 쓰러뜨릴만큼 치명적이라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후 러시아와 독일에서는 초인플레가 발생해 하루걸러 물가가 2배씩 올랐다. 그 결과는 러시아에 공산주의, 독일에 나치즘을 불러들였다.
제2차 세계대전후 중국대륙을 휩쓴 인플레는 모택동이 중국대륙에서 장개석정부를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되었다. 1954년 브라질의 연간 1백%가 넘는 인플레는 군사정부를 탄생시켰다.
1973년 칠레의 「아옌데」정권, 1976년 아르헨티나의 「이사벨·페론」정권을 타도하고 군인들이 정권을 탈취할수 있었던 것도 인플레때문이었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의 치유를 알콜 중독 환자의 경우와 비교하고 있다. 알콜 중독을 고치는 최상의 방법은 금주다. 그러나 많은 중독 환자들은 그 확실한 치료법을 기피하고 있다. 금주다음에 올 금단증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손발이 떨리고, 입에 침이 마르고, 무력감에 빠지는 것을 견디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인플레도 마찬가지다. 당장 통화공급을 줄이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늘고,경기도 주춤한다. 관리들은 그 책임이 자기에게 돌아올 것을 두러워 한다. 우선 인플레를 적당히 내버려두는편이 흥청맘청하는 분위기로 좋아보인다. 그러나 알클 중독 환자가 금주를 하고 얼마동안의 금단증을 극복하면 그 다음은 술을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인 정상인으로 돌아온다.
인플레 역시 돈을 줄이고 난 다음의 금단증을 버티어내면 다시 성장잠재력이 생겨 건강한 상태로 달려갈수 있는 탄력을 되찾게 된다.
요즘 우리 경제의 나사가 풀렸는지 인플레 증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정책당국은 지금 당장「프리드먼」의 명저『선택의 자유』를 읽어보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