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새마을 예산…경북도의회 20%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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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도의회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2017년 11월 14일) 사업과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6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경북도의회는 57명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다. 경북도의회는 18일 내년에 집행할 박 전 대통령 관련 7개 사업 예산 중 11억2100만원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경북도는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50억2500만원이 필요하다고 경북도의회에 보고했다. 39억400만원만 승인한 셈이다.

100주년 사업 등 50억 중 11억 깎아

도의회는 박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제작 예산 3억원 가운데 9000만원을 깎았다. 박 전 대통령 전기 신문 연재 예산(3억원)도 9000만원을 삭감했다. 박 전 대통령 기념음악회 예산 1억원은 아예 전액 삭감해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의 대표 공적으로 불리는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은 삭감 폭이 더 크다. 새마을 세계화 국내외 시책기획 홍보 예산 3억500만원 중 9100만원을 깎았고, 대학생 새마을 해외봉사 활동 예산(4억원)과 대륙별 새마을연구소 운영비(6억2000만원)도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원을 줄였다. 새마을 세계화재단 출연금(경북도 요구 예산 30억원)은 무려 5억원이나 삭감했다. 새누리당 홍진규(56)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기념음악회 예산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예산 심의라는 것이 예산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인데 이들 사업이 주민의 복리 증진보다 더 중요한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북도는 도의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 사업 모두 정치 상황과 별개로 봐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만복(58) 경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추후 예산이 부족하다면 추경에서 더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인혁(35)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경북도의회가 ‘박정희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은 현재 정치 상황에서 당연한 판단을 한 것”이라며 “경북도가 삭감한 예산을 추경에 다시 신청한다면 주민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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