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시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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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4 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책상 정리를 합니다. ‘다시 쓸 데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모아두었던 것들입니다. 다시 살펴보니 ‘아니 이걸 왜 버리지 않았지’ 하는 것들이 태반입니다. 사실 그냥 쌓아두기만 했던 거죠.


정리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여기저기 처박혀 있는 물건들은 심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뭉쳐진 채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과 같다”고. 그래서 “제자리에서 벗어나 갈 곳을 잃은 마음은 뭉쳐져서 굳기 마련이고, 굳은 것은 유연성을 잃어버린 채 화석화되어 마음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말입니다.


저의 경우 ‘언젠가’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다시 읽어보자-. 하지만 바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나중에’나 ‘언젠가’는 결국 쓸모없는 말이었던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지금’이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그래도 자료를 뒤적이는 일은 즐겁기도 합니다. 여기도 갔었지, 이런 사람도 만났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것이야말로 남아있는 것들의 ‘쓸 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어야 아름다운 법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 해를 넘어 한 시대가 저무는 시간입니다. 상상을 넘어서는 어이없는 일들이 노랫말대로 “갈 데까지 가볼까”하는 세상, 구시대의 악습들은 그렇게 남김없이 툭툭 털어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2017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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