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친박당 재확인한 새누리당 ··· 앞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새누리당이 친박계인 정우택(4선·청주상당)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뽑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과 비박 간 내전이라고 불릴 만큼 양 세력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승부였다.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축하 분위기는커녕 바로 집단 탈당론이 분출하고 분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게 이 당의 현실이다. 말이 집권당이지 국민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야당한테 왕따 당하고, 정부한테 영향력 없는 못난 여당의 신세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의원 119명이 투표에 참여해 정우택 의원이 62표, 나경원 의원이 55표를 얻었는데 정 신임 원내대표가 얻은 62표는 친박 핵심들이 자기들 구명운동을 위해 급조한 이른바 ‘혁신과 통합 보수연대’에 가담한 의원 62명의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도로 친박당’이라고 비웃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우택 원내대표 선출에 분당론 속출
‘국민 밉상’ 친박에서 해방될 수 있나
당 해체할 각오로 보수정당 재건해야

정우택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계파색이 엷고 비박 포용의 자세를 갖춘 합리적 캐릭터의 소유자다. 하지만 친박 파벌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했기에 그들의 요구와 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게다가 친박 핵심들은 4·13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들만 아는 패권·폐쇄·패거리 정치행태를 보여 ‘국민 밉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갈라파고스 새누리당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겠나. 이런 친박 핵심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치를 한다면 어떤 근사한 포장이나 수식어에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정 원내대표는 깨닫기 바란다.

그나마 경선 직후 친박 핵심인 이정현 당 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이들은 닷새 뒤에 퇴진하겠다고 고집하다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당 사무처 직원들의 분노 파업에 떼밀려 할 수 없이 물러났다. 이로써 정우택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직에 당 대표 권한대행 역할까지 떠맡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불신과 절망, 앞이 안 보이는 혼미한 새누리당 상황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가 취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정현 지도부 시절의 마지막 분탕질이었던 ‘당 윤리위원 8인 임명’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 이 괴상하고 몰염치한 꼼수로 기존 윤리위원 7명이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 권고’ 심리가 중단돼 버렸다. 정 원내대표는 당 윤리위를 원상 회복시켜 박 대통령에 대한 당 징계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 친박 핵심들의 해당 행위를 찾아내 이들을 정치적으로 청산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정 원내대표는 취임 소감에서 밝혔듯이 차기 당 대표 역할을 할 비대위원장에 비박 인사를 세워 당이 쪼개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셋째, 당 해체까지 포함한 강력한 개혁 수행으로 ‘권력 사유화’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치를 뿌리 뽑고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재건하라. 넷째, 황교안 권한대행의 행정부와 친박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야당들과의 관계를 한시바삐 정상화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자신 친박의 올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우택 체제도 금세 끝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