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기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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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폭력이 판을 치는 오늘의 이 아픔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합니다. 그러나 불의에 항거하는 우리의 이 외침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질때 하느님이 응답해주실것을 확신합니다.』
26일 하오10시 서울정동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앞골목길.
완전무장한 전경 3백여명이 앞을 막아선 가운데 성공회사제단 30여명과 칭년신도등 3백여명이 길거리에 주저앉아 기도회를 갖는다.
이들은 하오 8시 대성당에서 「나라를 위한 특별미사」를 가진뒤 사제단이 앞장서서 시청앞까지 행진을 벌이려다 경찰이 가로막자 길거리에서 기도회를 시작했다.
기도회를 마치고 다시한번 가두시위를 하려는 신부들과 전경사이에 또한차례 밀고 당기는 격렬한 몸싸움.
한 전경이 앞줄의 한 신부를 발로 찼다. 청년신도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디 누군지 얼굴이나 보자.』
신부들도 몰려들어 폭행전경의 헬밋을 벗기려하자 동료전경들이 전우애(?)를 발휘해 재빨리 뒤로 빼돌린다.
『경찰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말리는 성직자를 왜 발로차.』
신부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한 경찰간부가 앞에 서서 당혹스런 모습으로 정중하게 사과한다.
『저희도 자제하라고 계속 타이르고 있읍니다.』
전경들을 뒤로 물리게하고 철야기도회를 하러 성당으로 돌아가는 신부들을 향해 경찰간부는 말했다.
『고생하셨읍니다. 신부님들.』
조금씩 나아지고 달라지는 사회분위기가 진압현장에서도 피부에 느껴졌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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