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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당선 막기, 친박이 꺼낸 ‘지도부 21일 총사퇴’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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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현 대표(가운데)는 이 자리에 나와 “사무처 출신으로서 후배들 앞에서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새누리는 오늘(1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사진 박종근 기자]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와 ‘윤리위 원상 복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현 대표(가운데)는 이 자리에 나와 “사무처 출신으로서 후배들 앞에서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새누리는 오늘(1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사진 박종근 기자]

분당 기로에 선 새누리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하루 앞두고 친박계가 지도부 전원 사퇴 카드를 꺼냈다.

조원진 “중도성향 원내대표 선출 땐
친박 계파 해체, 전면 2선 후퇴”
최대 30명선 중도파 표심 잡기
비박 “선거 불리하자 끝까지 꼼수”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조원진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는 이정현 대표와 함께 21일 사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1일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은 “지도부의 연속성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후에 물러나겠다”고 퇴진을 거부해왔다.

정우택(左), 나경원(右)

정우택(左), 나경원(右)

조 최고위원이 사퇴를 언급한 것은 친박 지도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중도 성향 의원들을 공략하기 위한 입장 표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 정우택 원내대표-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 비박계 나경원 원내대표-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가 맞붙는 경선에서 승부를 좌우할 변수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의원들이다. 친박계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과 비박계 ‘비상시국위원회'의 실제 참석자 수를 고려한다면 두 모임에 얽매이지 않은 의원은 20~30명 선이다.

조 최고위원은 그러면서도 선거 결과에 따라 태도를 바꿀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당의 화합과 보수 대통합, 개헌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원내대표가 선출된다면 친박 해체는 물론 전면 2선 후퇴를 저는 요청하겠다”고 했다. ‘중도 성향’이라는 말은 비박계 나경원 의원이 선출되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우택 의원은 “제가 분류는 친박이라고 돼 있지만 친박 활동을 한 사람이 아니고 어느 계파를 대변할 생각이 없다”며 “중도화합형의 원내대표로서 대야협상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중도 성향의 원내대표는 제가 아니냐”며 “변화를 상징하는 원내지도부가 들어올 수 있게 많은 의원님이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에 앞서 당 사무처 소속 당직자 80여 명은 국회 대표 회의실과 복도에서 ‘지도부 즉각 사퇴’ ‘윤리위 원상 복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지도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새로 임명된 친박계 윤리위원 8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직자들은 설문조사(찬성 73.5%, 반대 26.5%) 끝에 당무 거부를 결정했다. 2007년 경기도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결과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한 후 10년 만이다. 이날 친박계에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도 나왔다. 원내대표 경선을 취소하고 당분간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전 개별의원 모임을 열고 “내일 경선에서 친박·비박 진영에서 후보가 나와서 세 대결, 줄세우기를 하면 당에 미래가 없다”며 “ 합의 추대 때까지 원내대표 경선 연기 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비박계에선 “친박계가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끝까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재선)은 “지도부가 윤리위를 장악하려고 하고, 반성 없는 막말을 하고 있어 친박 후보라 해도 무조건 찍어주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선거 공고는 당 최고위에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경선 날짜 변경과 합의 추대 같은 선거 방식 변경에 대해선 다시 최고위 논의가 필요하다. 날짜 변경의 ‘키’마저도 친박 지도부가 쥐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현 대표는 “초·재선 의원과 중도·중진 의원들로부터 주류, 비주류 계파 대결은 막아보자는 뜻을 전달받았다”면서 “그러나 우리(당 지도부)가 나서버리면 친박이 꼼수를 부린다고 할 수 있어 분위기가 형성될 때까지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조경태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은 “양쪽 입장이 일치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원내대표 선출을 하겠다”고 했다. 원내대표 선출 전쟁이 지나고 나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계파 간 2라운드가 시작된다. 친박계에서는 이인제·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비박계에서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글=박유미·채윤경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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