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저질심판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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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프로복싱이 저질심판들의 잦은 엉터리판정으로 멍들고 있다.
심판 판정의 시비는 어느 스포츠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최근 프로복싱의 경우 노골적인 어거지 판정이 판을 쳐 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타이틀매치도중 채점을 번복하는 일마저 발생,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프로복싱계에서는 비자금(비자금)으로 불리는 엄청난 「언더 테이블머니」(뒷돈)와 향응이 프로모터와 심판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강력한 상대를 물러들여 세계타이틀매치를 벌이게 될 경우 「언더 테이블머니」는 1만달러 (약8백50만원)를 상회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세계챔피언들이 해외원정 경기는 않고 홈링에서만 롱런한다는 비난을 받고있는 마당에 판정물의가 속출, 심판3명이 한꺼번에 출장정지의 징계를 받는 등 편파판정이 횡행하는 것은 결국 프로복싱을 망치는 것이란 불신의 소리가 높다.
엉터리판정의 문제는 무엇보다 심판의 자질 때문이라는 것이 권투계의 중론이다.
한국권투위원회(KBC)에 정식등록된 심판은 서울15명, 부산 6명, 대구 8명 등 모두 29명.
KBC는 심판의 선발·교육 및 경기배정을 통괄하고 있으나 그동안 구체적인 선발기준이나 자격심사제도 없이 주먹구구식의 인맥에 따라 대부분 프로복서 출신중에서 양성하고 있다.
심판으로 선발되면 6개월간 수습심판을 거쳐 정식경기를 배정받게 되며 1년에 3∼4차례의 허명무실한 세미나를 갖는다. 이와 함께 심판의 경기배정이 KBC나 프로모터와의 밀착도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타이틀매치의 경우 주심은 1천3백50∼1천6백달러(약1백15만∼1백40만원), 부심은 1천1백달러(약94만원)의 심판료를 받고있다.
원로 권투인 최모씨는 『고질적인 판정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생활기반을 갖춘 비권투인들로 선정, 기존 권투인들과 인간관계가 없는 사람들 가운데서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제도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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