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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 상황인가|부산 형제복지원의 살인작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말썽많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2일 밤의 일이므로 꼭 한달만에 다시 똑같은 상황이 재발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밤에 일어난 살인은 술에 취한 원생 한명이 예배를 보고 있는 내무반에 들어와 떠든다고해서 동료 원생들이 이 사람을 집단 구타해 살해했다. 한달만인 지난 22일에는 소대 서무를 맡고 있는 원생이 귀가예정자의 명단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내무반 동료에게 뭇매를 맞고 숨졌다.
어떻게 이런 무법천지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지 아무리 궁리를 해도 이해가 안된다.
지난 1월 형제복지원의 불법, 비리가 표면화되고 원장이 구속됐을때 관할 관청인 부산시는 북구 부구청장을 책임자로 지명하고 형제복지원을 관리하게 했었다.
그러나 관리를 책임진 북구청 측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단순한 행정적인 관리에 그칠뿐 실제적인 통제에는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들은 현재 형제복지원에 수용중인 인원 2천5백여명을 합리적인 규모인 6백명선으로 줄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다른 수용시설에의 분산이 용의치 않고 귀가 조치도 한계가 있어 사실상 모든 것이 방치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 수많은 원생들이 그들의 자치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복지원에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과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는 결론이 된다. 따라서 지금도 원생들에 대한 비인간적 학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 내막의 일단이 잇따른 살인사건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불법과 비리, 잔혹이 판을 치는 집단을 적발하고서도 겨우 원장 한명을 구속했을뿐 그 휘하에 있던 간부들은 그대로 남아 시설과 인원의 운영을 맡고있다니 부산시가 하고 있다는 「행정관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차 이해할 도리가 없다.
사람의 목숨이 폭력으로 희생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법질서라는 차원에서 용납될수 없다. 혹시 올데갈데 없는 부랑자 한명쯤 죽는게 무슨 큰 일이냐는듯 태연자약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나 함부로 맞아죽는 무법천지 상황은 법치국가에서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급한 대로 형제복지원에 경찰병력이라도 상주시켜 이러한 비정한 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다시 제삼, 제사의 폭력과 살인이 안 일어나리란 보장이 없다.
자율과 자치란 근본적으로 민주적이란 뜻에서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다. 그러나 부랑자라는 의식과 정서가 불안하고 온전치못한 사람들이 모인 특수집단을 완전히 자치에 맡기는 일에는 무리가 따를것임에 틀림없다.
근본적으로는 수용시설 규모를 적정 인원으로 축소하고 그 내용을 외부에 전면 공개하여 인권유린이나 부정, 비리가 싹틀 소지를 없애는 일을 서둘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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