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임기 1년 남기고 사임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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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키 뉴질랜드 총리.

존 키 뉴질랜드 총리.

존 키(55) 뉴질랜드 총리가 5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키 총리는 이날 주례 기자회견에서 “총리가 된 지 8년이 흘렀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일한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사임 발표였다. 그는 “직업 정치인으로 살아갈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뉴질랜드 경제도 성장 중이고 (집권) 국민당 지지율도 50%에 이르는 만큼 지금이 떠날 적기”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3선 연임 중인 키 총리가 4선에 도전하지 않을 거란 전망은 나왔지만 내년 총선(2017년 11월)을 1년가량 앞둔 시점이어서 전격 사임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일간 뉴질랜드헤럴드는 “키 총리의 아내 브로나가 사임을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키 총리도 회견에서 “총리직 수행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희생이 요구된다”면서 “아내는 수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냈으며, 두 자녀도 아버지가 총리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을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사임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며 “그 동안 권력을 내려놓지 못한 숱한 지도자들을 봐왔다. 당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당은 12일 새로운 당 대표이자 후임 총리를 선임할 예정이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빌 잉글리시가 키 총리의 신임을 받고 있어 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뉴질랜드 언론은 전망했다. 키 총리는 금융권에서 외환 전문가로 일하다 2002년 뉴질랜드 국민당 국회의원으로 정계 입문했다. 2006년 당 대표를 거쳐 2008년 총선 승리를 이끌며 총리에 올랐고 2011·2014년 총선에서도 이겼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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