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당의 삼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칭 통일민주당의 창당작업이 삼중고에 시달리고있다. 첫째는 장소문제, 둘째는 창당자금 조달 문제, 세째는 참가의원들에 대한 사법조치등 이른바 「외압」이 그것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신당은 창당대회 날짜를 잡아 놓고도 당사임대는 물론 당장 창당대회를 치를 자리를 찾지못해 그동안 전전했었다. 뒤늦게 대회장소는 구해진것 같으나 그것도 창당대회에 걸맞는 그럴듯한 자리는 아닌것 같다.
지구당 창당작업은 22일 현재 29개지구당을 창당, 중앙당 창당에 필요한 23개 법정 지구당선을 넘어섰다지만 그 과정에서 적잖은 옥신각신이 있었던 것으로 들린다.
「괴청년」들이 대회장소를 미리 선점하는 작태가 벌어져 대회장소를 옮기는가하면 어떤 지구당에서는 각목까지 등장, 위협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장소 문제가 이 지경이니 창당에 필요한 자금 염출이나 신당참여 의원들에 대한 유형 무형의 제약은 거론하기 조차 쑥스러울 지경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왜 이처럼 각박해 졌으며, 페어플레이의 정치풍토는 어디서 찾아야할 것인지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내년에 치를 양대행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중에서도 올림픽은 세계 만방을 향해 한국, 한국민의 저력과 우수성, 그리고 성장한 모습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자랑할 것은 비단 눈부신 경제성장이나 고유 전통문화의 우수성에 그쳐서는 안된다. 보다 중요한 자랑거리는 국민들의 높은 의식수준과 정치문화의 성숙한 모습이어야 한다.
정치풍토, 정치문화가 제자리 걸음은 고사하고 20년전, 30년전으로 퇴보한다면 그것처럼 남 부끄러운 일은 없다.
아무리 다른 분야가 발전해도 그것을 선도할 정치문화가 일그러진 모습이라면 우리의 긍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합의 개헌에의 꿈이 깨어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가장 큰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합의 개헌을 통해 한국민의 정치적 역량을 선보일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기에 여야를 불문, 정치권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암담한 정국과 관련, 불쑥 올림픽을 들먹이는 것은 비록 개헌 논의는 물건너 갔다고 치더라도 차선의 방법에는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당창당의 삼중고가 신당관계자들의 주장처럼 전적으로 외부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고싶지 않다. 분당과정의 무리, 대여전략상의 허점, 신당 내부가 안고 있는 갈등요인등도 여기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당창당의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연유한 것인지를 따지기보다 우리는 이에대한 여쪽의 보다 대범한 대응을 당부하고 싶다.
경위야 어떻든 신당이 창당되는것은 기정사실이며 원내의석이 60석이 넘는 이상 원내 제1야당이 될 것도 틀림없다.
그렇다면 여당의 입장에서 아무리 「미운 오리새끼」라고 할지라도 어차피 신당은 상호견제속에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파트너다. 사실여부는 제쳐두고라도 신당의 곤경이 민정당에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여쪽에는 큰 정치적 부담이 되기 쉽다.
정국을 주도해야할 여당이라면 미우나 고우나 신당을 정치무대에 떳떳이 서게해서 대화의 상대로 삼는 것이 보기도 좋고 순리적인것 같다.
88년의 두 대사가 갖는 의미가 크면 클수록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정치풍토의 조성이 아쉬워 하는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