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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20년 동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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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사가 남아돈다는 얘기가 나온지는 10년도 넘어된다. 그후 의대증설을 싸고 의료혜택확대를 위해 더 늘려야 한다는 찬성론과 현재도 많은데 더 증설하면 의사의 질이 저하된다는 반대론으로 갈려 논란이 거듭되어 뫘다.
이런 논란을 반영한듯 정부의 의료대 정원정책은 갈팡질팡 반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20일 보사부가 의사과잉에 대비, 앞으로 20년간 의대의 정원동결과 신설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지만 그것은 5년전에 발표된 정부의 의대정원정책과 거의 똑같다.
보사부는 82년에도 기존의료인력을 활용한다는 원칙아래 의대신입생 증원과 의대신설을 억제한다는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해 이 방침은 뒤집혔다.
문교부는 의료보험확대와 의료수요의 증가에 따라 해마다 의사부족현상이 심해져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사부 요청으로 의대 입학정원부터 우선적으로 늘려주기로한 것이다.
80년대 들어서 의대 정원방침의 변천 과정만 보아도 의수수급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나를 금방 알수 있다.
물론 양만을 따지면 한국의 의사수는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떨어진다. 한국의 의사수는 85년현재 인구10만명당 53명으로 일본의 3분의 1, 미국이나 서독에 비해서는 4분의 1밖에 안된다.
두말할것도 없이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사수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시골로 갈수록 의사확보는 곤란하고 대도시에서조차 야간이나 구급의 경우 의사부족을 통감하는 일이 많다.
의사 과잉시대라지만 그것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은 의료시설이나 의사의 배치, 그리고 특히 의사의 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대한 대책은 공급자의 처지보다는 수요자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벽지 의료대책이나 진료과목별로 균형있는 의사의 양성, 충실한 기초의학교육으로 의사의 질을 높이는 일이 절실하다.
의사수가 남아돌면 경쟁원리가 작용, 친절한 의사가 늘고 오진율이 높거나 질나쁜 의사들은 도태되고 무의촌 문제도 자연 해소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럴듯하게 들리면서도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데 오늘의 의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다른 장사라면 상점이 늘어날수록 상점 1개당 수입은 줄게되어 새상점의 개점을 규제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의료기관의 경우는 다르다.
앞으로 20년동안 의사수를 동결한 근거가 어디있는지 우리로서 잘 알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방침이 현역 의사의 기득권을 보다 공고히 해준다는 점이다.
의사면허는 한번 주어지면 일생동안 유효한 것이 된다. 경험 많은 의사가 환자의 좋은 의논대상은 될수 있어도 의사로서 무능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더우기 다른 분야처럼 의학도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있다.
그런 뜻에서 의수의 수만 갖고 논란을 벌이는 일은 재고되어야 하며 의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를 심각하게 따져야 할때도 되었다. 기초의학 교수진이 태부족인 상태에서 의학교육이 제대로 될수는 없다. 기초가 되어있지 않은 의사가 아무리 양산되어도 그것이 이나라 의료발전에 기여한다고는 볼수 없기 때문이다.
의학교육의 내실화와 함께 기성의사들이 새로운 의학지식과 진료기술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의 갱신제도, 재연수의 의무화, 등급제등도 도입해야 한다. 의사의 수급은 국민보건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보다 과학적인 근거와 장기적인 비전에 바탕해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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