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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자비에 돌란 감독이 한국 포스터에 반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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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 포스터를 통틀어, 한국 포스터가 최고로 멋지다!”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찬사다. 그의 ‘한국 포스터 사랑’이 시작된 것은 2014년. 당시 돌란 감독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한국의 디자인 회사 피그말리온이 작업한, 영화 ‘마미’의 한국판 포스터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국판 티저 포스터 5종을 모두 공개하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그는 한국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에 “한국에서 제작된 ‘마미’ 포스터를 보내 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피그말리온이 디자인한 ‘단지 세상의 끝’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골든 글로브 어워즈 시즌에 선보일 포스터. 자비에 돌란 감독의 요구에 따라 북미에서 인지도 높은 마리옹 코티아르의 얼굴을 내세웠다

피그말리온이 디자인한 ‘단지 세상의 끝’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골든 글로브 어워즈 시즌에 선보일 포스터. 자비에 돌란 감독의 요구에 따라 북미에서 인지도 높은 마리옹 코티아르의 얼굴을 내세웠다

여섯 번째 장편 연출작 ‘단지 세상의 끝’(2017년 1월 19일 개봉)으로 올해 제6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쥔 돌란 감독. 그는 지난 10월 피그말리온이 작업한 이 영화의 한국판 티저 포스터가 공개되자, 그 즉시 피그말리온 인스타그램 계정에 메시지를 띄웠다. “미국 프로모션용 이미지 디자이너로 고용하고 싶어요.” 피그말리온이 그 제안을 수락했음은 물론이다.

돌란은 내놓는 영화마다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20대의 어린 나이에 ‘차세대 거장’ 자리를 선점한, 캐나다 퀘벡 출신 스타 감독이다. ‘단지 세상의 끝’은 그간 캐나다 배우들과 작업해 온 그가 처음으로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프랑스 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한 작품. 그만큼 할리우드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 때 선보일 영화 포스터와 지면 광고, 외국어영화상 본선 진출작을 선정하는 외신기자협회에게 배포될 DVD 패키지 등은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미지일 터. 돌란 감독이 피그말리온에 보낸 러브콜이 고무적인 이유다.

‘단지 세상의 끝’ 한국판 티저 포스터.

‘단지 세상의 끝’ 한국판 티저 포스터.

돌란 감독은 한국판 포스터의 어떤 점에 매료된 것일까. 통상 외국 영화를 홍보할 때, 해외에서 공개된 포스터나 스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마미’는 영화 본편에서 주인공 각각의 결정적인 순간을 캡처해 제작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좋았던 느낌을 믿는다”는 피그말리온의 원칙대로다. 어디에서도 활용된 적 없는 이 포스터 속 장면들은 신선할 뿐 아니라, 세련되고 정적인 오리지널 포스터보다 마음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 엣나인필름은 돌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수입한, 전 세계 유일의 수입·배급사. 피그말리온 역시 ‘마미’를 통해 처음으로 돌란 감독의 영화를 접하며 “소름 돋는 연출력과 선곡”(박재호 실장)에 반했다. ‘덕심’으로 단결한 두 회사의 협업에는 애정이 담겼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잖아.” ‘마미’의 명대사처럼.

‘단지 세상의 끝’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영화의 인터내셔널 공식 포스터는 돌란 감독이 직접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가족을 찾아간 주인공 루이스(가스파르 울리엘)가 눈을 가린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의 암담한 심경만큼 배색도 다소 어둡다. 그에 반해 한국판 티저 포스터는 갑갑한 상황 속에 가족들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채는 찰나의 눈빛을 담았다.

‘단지 세상의 끝’ 인터내셔널 공식 포스터.

‘단지 세상의 끝’ 인터내셔널 공식 포스터.

“박 실장이 영화 제목을 손수 캘리그래피로 쓰는 등 돌란 감독의 세세한 요구가 많았고,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즐거웠어요.” 피그말리온과 돌란 감독의 이번 작업을 도운 엣나인필름 극장사업부 박혜진 과장의 말이다. 결과가 흡족한 덕분일까. 내년 초 캐나다·프랑스에 정식 발매될 DVD 패키지 디자인도 피그말리온이 맡게 됐다. “이렇게 되니, 곧 작업할 ‘단지 세상의 끝’ 한국판 메인 포스터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박 실장이 말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첫 영어 영화 ‘더 데스 앤 라이프 오브 존 F. 도노반’을 촬영 중인 돌란 감독. 한국의 포스터 디자인 실력이 할리우드에 소문날 날도 머지 않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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