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살해 혐의 ‘사형’당한 아들 21년 만에 무죄 입증 … 아버지의 오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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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전 성폭행·살인 혐의로 사형 당한 중국 남성이 21년만에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73세가 된 그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기다린 소식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무너져 내렸다.

중국 매체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 2일 중국 최고 인민법원은 1995년 성폭행·살인 혐의로 사형당한 녜수빈(당시 20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공장 노동자였던 녜수빈은 1994년 8월 허베이성 스좌좡 외곽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녜수빈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았으나 고문과 가혹 행위에 의해 범행 사실을 거짓 자백했다.

스좌좡 중급 법원은 사건 7개월 뒤인 이듬해 3월 사형을 선고했다. 녜수진은 항소했지만 법원은 1심을 유지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전국적인 반범죄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고, 신속하고 즉각적인 판결과 사형 집행을 지시한 바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법원은 사건에 대해 증거보다 자백을 위주로 판결하는 성향이 강했다

녜수빈은 2심 판결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됐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뒤 반전이 있었다. 사형 집행 10년 뒤인 2005년 진범 왕슈진이 체포됐고 범행을 실토했다. 이후 사건은 재조사됐고 법원은 녜수진이 잘못된 증거와 고문에 의한 자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녜수빈의 아버지 녜수셩은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을 시도했고, 그 후유증으로 반신마비 신세가 됐다. 하지만 아들의 결백이 입증됐고 녜수셩은 그녀의 딸과 아내와 함께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녜수셩은 "정의는 이르든 늦든 결국 실현되게 돼 있다"며 "아들이 결코 그런 일을 벌일 리가 없다는 걸 믿었다"며 오열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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