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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보람찾고 용돈도 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노인들의 남아도는 시간과 지혜, 그리고 능력을 요긴하게 살려 쓸 수는 없을까. 「생명의 전화」종합사회복지관은 빈집을 지켜주는 집 보기와 노인환자를 보살피는 간병인 프로그램에 이어 화초를 관리해주는 부업을 개발했다. 일손이 바쁜 사무실이나 식당 및 일반 가정의 화초들을 맡아 물주고 화분도 갈아주는 등 제대로 돌봐줄 수 있도록 노인들에게 원예교육을 실시한 것.
지난 2월18일부터 1개월 동안 60명의 노인들이 취미겸 부업준비를 위해 식물의 종류와 물 주기, 계절별 화초 다루기, 꽃 피우기와 가지치기, 분갈이, 흙과 배양토 만들기, 분재와 난 가꾸기 등에 대한 이론과 실습 교육에 참가했다.
이 중 30명은 부업을 희망했는데 교육이 끝나자마자 식당이나 사무실들에서 이 「노인 원예사」들의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여 할 일과 용돈이 동시에 생긴 노인들은 기대에 부풀어있다.
「노인 원예사」들의 서비스 내용은 화초의 병충해를 막고 비료와 물을 주는 등 정기적으로 화초를 관리해주는 것인데 화분 10개를 기준으로 1개월에 2만∼3만원의 관리비를 받는다. 화문을 갈아주는 일은 화분크기에 따라 1천∼1천5백원. 계절에 맞게 정원수의 가지치기·거름주기·월동준비·잡초 뽑기 등을 해주는 정원관리 서비스에는 하루 1만∼1만5천원의 수고비를 받도록 되어있다.
「생명의 전화」가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일감 갖기 운동」의 하나로 지난해 4월부터 처음 시작한 빈집 보아주는 일은 하루 평균 15건 정도의 청을 받고 있는데 대체로 할머니를 원하는 가정이 더 많은 편.
아파트 및 빌딩의 수위나 경비원이 결근했다든지, 해외출장 등으로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하는 가정에서는 할아버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데 하루 3천원을 받는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노인환자 돌보기는 할머니·할아버지 모두를 고루 원하는 일감.
노인환자가 여성인 경우는 예외없이 간병인 할머니를, 남성인 경우는 간병인 할아버지를 각각 요청하는데 하루 24시간 말벗이 되어주며 시중드는 일은 1만3천원, 12시간에는 7천원을 받는다.
한편 「생명의 전화」 이진숙 사업부장은 『갑자기 할 일을 잃자 병에 걸리거나 답답해 견딜 수가 없어 버스나 전철의 종점에서 종점까지 온종일 오가며 길고 긴 나날을 보내는 노인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뭔가 「뜻있는 역할」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고 말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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