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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교과서” “문제 없으면 쓸 것” 교육감들 찬반 갈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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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육부가 공개한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에 대해 각계각층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교육감들은 “5·18 민주화 운동과 4·3 사건 등을 축소·왜곡하고 독재 정권과 친일파를 미화시킨 교과서를 전면 폐기하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선 “5·18, 4·3 왜곡” 반발

5·18역사왜곡대책위원회는 29일 “5·18의 전개 내용과 계엄군 진압과정 등 역사적인 인과관계를 모호하게 기술한 국정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5·18기념재단도 “5·18이 광주 지역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여 신군부가 계엄군을 투입한 것처럼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경기·인천 시민단체들은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한 대통령의 가족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최창의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교육부는 ‘사실상 철회’란 말로 기만하지 말고 교과서를 전면 폐기하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제주 4·3 사건에 대한 서술이 현재 검정교과서에 비해 내용과 분량 면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했다. 양윤경 4·3유족회장은 “제주도민의 10%가 국가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엄청난 사건을 대여섯 줄로 설명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이 전날 국정교과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지역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울산시민대책위원회’는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지정한 단일한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불순한 목적의 교육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전병억 구미 박정희 생가보존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성과는 인정해야지 무조건적인 비판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봉석 대구전교조 홍보국장은 “경제 발전 등을 강하게 묘사한 반면 군사 독재 등 단점은 약하게 만들어 중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 교육감들도 ‘찬성’과 ‘반대’, ‘중립’으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아이들에게 ‘불량 교과서’를 못 쓰게 할 것이며 그래도 강행한다면 국정교과서 구입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도 “5·18 왜곡·축소와 누락, 친일과 독재의 미화로 얼룩진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도 “국정교과서를 강행한다면 내년도 중·고등학교 1학년 역사 교육을 다음해(2018년)로 늦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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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울산과 경북은 교육감들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은 “국정화 교과서를 검토해 문제가 없으면 못 쓰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도 “국정교과서는 여러 집필진이 참여하는 만큼 객관적으로 기술되고 정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 교육감은 “교육감의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에 따라 정치적 이념이 결정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광주·수원=최경호·임명수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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