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겨둔채 덮어둔 셈|택시운전사 「임금분규」수습후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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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택시운전사의 완전월급제를 둘러싼 노사분규는 일단 「기본급과 수당 등을 높여 급여수준을 올린다」는 원칙에 간신히 합의, 농성과 차량시위 등 긴박사태를 풀었다.
그러나 노사 양쪽이 정부측 개입에 마지못해 파국을 수습했을뿐 불씨를 완전히 끈 것이 아니고 덮어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번 합의가 「업적급제 전면폐지, 완전월급제 실시」를 요구하며 농성·시위를 벌였던 노조측 주장과도 거리가 있고 사용자측이 내놓은 기본급(월 18만9천6백원)만 5%정도 올리겠다는 타결안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노사문제가 터진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85년6월부터 시행한 월급제가 사실은 종전의 도급제를 약간 수정한 부분월급제였다는 것. 운전사가(하루 2교대) 종전의 사납금과 같이 하루 3만3천1백50원 이상을 벌어들여야 수당포함, 26만7천2백36원(26일 기준)의 월기본급여를 받을 수 있게돼 있었다.
여기에 자가용 급증, 지하철로의 승객유입, 좌석버스 개선 등으로 그동안 호황이었던 택시의 승객이 줄었다. 이 때문에 택시운전사는 수입이 떨어지고 심지어 입금 채우기가 어려워졌지만 택시회사는 여전히 수입금을 챙긴다는 것이 운전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
이러한 상황에 3월말로 86년도 노사임금 협정이 끝나고 새로운 임금협정을 맞아 노조측이 문제를 제기, 운전사들의 오랜 불만이 기폭제가 돼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진 것이다.
◇분규발단 = 85년6월1일 부분월급제 시행이후 회사(단위노조)별로 운전사들 사이에 이 노사협정자체에 불만이 나오고 분규가 잇따랐다. 작년 한햇동안 서울시내에서 발생한 노사분규 42건중 47%인 20건이 바로 이 업적급과 관련된 임금분쟁.
이에 따라 단위조합별로 업적급제 폐지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 2월중순 서울택시노조지부 정기총회에서 정식안건으로 채택되었다는 것.
같은달 25일 서울 등 6개 대도시 노조대표들이 모여 이를 확인하기에 이르렀고, 1차 서울지역에서 이를 관철시킨뒤 지방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택시노조지부측은 이에 따라 임금인상교섭시한인 3월31일을 앞두고 3월2일부터 지금까지 사업주측인 서울택시사업조합측과 모두 11차례의 87년도 임금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타협에 실패, 지난 6일 서울시내 2백78개 택시회사 중 노조가 결성된 2백20개 단위노조대표 2백여명이 역삼동 노조연맹사무실에서 농성에 돌입.
◇노조측요구 = 한달(26일 근무기준)에 수입금 86만1천9백원(하루 3만3천1백50원)을 회사에 납입시켜야만 26만7천2백36원(1년차 기준)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현행 월급제는 사실상 과거의 사납금제를 그대로 둔 변태월급제일뿐 완전월급제가 아니라는 주장.
또 사납금을 초과하는 입금액(업적금)은 회사와 운전사가 6대4의 비율로 나누도록 돼 있는 업적금분배제로 도급제일뿐이라는 것.
때문에 운전사들은 기본임금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업적금수입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운행·합승 등을 일삼게 되고 교통사고를 부채질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운전사는 수입금을 버는대로 전액 납입시키고 회사는 입금액과 상관없이 기본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완전월급제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측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월 임금수준은 ▲기본급 24만5천9백원 ▲근속수당 8천1백96원(1년차 기준) ▲승무수당 10만4천원(하루 4천원) ▲야간근로수당 4만3천7백77원(야간근무 13일) ▲급식수당 2만6천원 등 42만7천8백73원.
지금은 ▲기본급 18만9천6백원 ▲근속수당 6천3백원 ▲슴무수당 3만7천4백40원 ▲야간근로수당 2만5천9백5원 ▲월차수당 7천9백71원(매달 무결근때만 지급) 등 기본임금 26만7천2백36원에 업적금이 포함된다.
유창산업운전사 이창훈씨(32)는 『하루 입금액 3만3천1백50원을 채우려면 하루2백㎞이상 달러야 하는데 요즘 손님이 없어 합승·과속을 해야만 간신히 월급 26만7천원과 업적금을 포함, 35만∼36만원을 탄다. 그러나 택시회사는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도 운전사에게 경비를 지불케하고 교통위반으로 인한 벌금도 덮어써 지금의 제도는 말뿐인 월급제, 사실은 사납금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사용주측 주장 = 현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회사경영을 위해서는 차량 1대에 하루 운송수입금이 7만6천2백원이상 돼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운전사들의 하루평균 주행거리는 4백20㎞(공차운행거리제외)가 돼야하는데 완전월급제를 실시할 경우 근무태만 등으로 회사경영·유지에 필요한 운송수입금 확보도 어렵다는 주장.
또 현 업적급제는 성실히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수입을 나누어주기 위한 것으로 이를 폐지하고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능률에 따른 분배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 <임수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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