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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질이나 한 번 해보고 싶다"|동기없는 모방범죄 늘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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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뚜렷한 목적도, 이유도 없는 「무동기 모방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저지르는 「모방범죄」는 충동적인 모방심이 강하고 자제력이 모자라는 10대 청소년사이에 유행병처럼 번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밤중 흉기로 길가던 20대 주부의 금품을 털려다 3일 서울관악경찰서에 검거된 고교생 3명(1명 재수생)은 모두 생활이 풍족한 가정의 외아들로 이들은 특별히 돈 쓸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최근 남의 금품을 터는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재미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진술, 모방범죄가 10대 사이에심하게 번지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포항 5인조 납치살인사건의 법인들도 데이트중인 남녀들이 차안에서 가깝게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었으며 서울에서 지난 한햇동안 검거된 강력범 2천7백54명 중 20.7%인 5백70명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범죄양상에 대해 사회학자 등 전문가들은 도시생활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충동적인 모방심리와 자제력이나 합리적 방법보다 각종 폭력이 앞서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빚어진 사회병이라고 진단하고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관악경찰서는 2일 흉기를 들고 행인을 털려던 변모군(15·재수생)을 강도예비혐의로 구속하고 김모군(15·서울K고교 2년)과 같은 학교 이모군(15)등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E중 동창인 변군 등은 지난 1일 하오 9시30분쯤 서울 방배2동 424 주택가 골목길에서 강도를 하기 위해 칼을 품고 정모씨(23·여·서울 황학동)를 뒤좇아가던 중 순찰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김군 등은 이날 하오 8시10분쯤 집을 나와 서울 방배동 서문여고근처의 오락실에 들어가 국민학생을 상대로 범행하려다 청년들이 많아 범행이 어렵자 오락만 하다가 10여분만에 나왔다.
김군 등은 이어 근처 거리를 배회하던 중 1시간쯤 후인 하오 9시30분쯤 서울 방배2동 424 주택가 골목길에서 택시를 내려 걸어가는 정모씨를 발견, 50m쯤 뒤좇아가다 순찰중인 경찰의 검문에 걸러 변군이 갖고있던 재크나이프가 발견되는 바람에 연행됐다.
◇가정환경=김군 등은 모두 건축업과 염직회사 사장 등을 해 풍족한 생활을 하는 부모의 외아들로 자랐으며 학교성적도 중상.
부모들은 한결같이 『평소 말 잘 듣고 말썽을 부린 일도 없었다』며 『절대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다』고 했다.
김군 등은 경찰에서 『용돈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빼앗아 특별히 쓸 곳도 없었지만 호기심으로 강도를 하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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