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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외환위기 이후 첫 감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4년 대한민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는 2020년 무렵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어서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조정하는 상황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2014년 6억9060만톤, 전년대비 -0.8%
"지속적으로 감소할 지는 지켜봐야"
2030년 감축목표 수정해야 할 수도

국무조정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 24일 열린 '국가온실가스 통계 관리위원회'에서 2014년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회의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보다 590만톤(0.8%) 감소한 6억9060만톤이었다. 메탄 등 여러 종류의 온실가스를 모두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 합산한 수치다.

이 같은 배출량 감소는 2012년 이후 고장으로 발전량이 감소했던 원자력발전 분야의 발전량이 회복하면서 화력발전량이 6.9% 감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전체 배출량의 86.8%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 배출량이 1.2%가 줄어든 것이다.

또 농업 분야에서는 가축 사육두수의 감소와 벼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60만톤(2.7%)이 줄었다. 폐기물 분야에서는 소각 감소 등으로 50만톤(3.3%이 줄었다. 반면 산업공정 분야에서는 시멘트 업종의 클링커 생산 증가 등으로 배출량이 5% 늘었다.

반면 2014년 국내 총생산(GDP)은 3.3% 증가했다. 이에 따라 GDP 10억원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484톤으로 2013년보다 4.1% 감소했으며, 1990년 이래 가장 낮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이같은 목표는 2020년 전후까지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배출량이 이미 201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까지의 감축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2013년까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2.3%씩 증가했으나, 2014년에는 0.7% 증가에 그쳤고, 올해도 0.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앞으로도 감소세를 유지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여름과 같은 폭염의 발생이나 저유가 추세의 지속, 석탄화력발전량의 증가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파리에서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은 지난 4일 발효됐으며, 이에 따라 2020년부터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신기후체제가 출범하면 5년 마다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 이행 실적을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신(新)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이는 성장-배출 간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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