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는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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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기 재정계획을 보고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중기 재정계획을 보면 6차 5개년 계획기간중의 재정운용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부의 예단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이같은 정부의 예단은 공연히 납세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중기 재정계획에서 읽을 수 있는 불안의 첫째 요소는 우선 이 기간중의 재정수요가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는점이다. 해마다 8·3%씩 재정규모가 늘어날 경우 경제성강 속도를 훨씬 앞지르게 되고 이는 곧 민간의 경제잉여를 크게 압박하는 요소로 변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계획에 제시되어 있는 조세부담률만으로도 91년 기준 국세16·9%, 지방세 3·1%로 조세압박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계획상의 재정팽창률을 고려할때 실제 부담률은 이 수치보다 훨씬 더 올라갈 공산이 커보인다. 중기 계획이 제시한 조세이외의 다양한 세인확보 계획은 이같은 재정조달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수 있다.
정부 보유주의 대량매각이라든지 연금등의 공공성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들은 재정운용의 형편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수단들임에는 이논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기업의 비효율이나 민간주도 부문의 확대필요성에 비추어 과도한 정부보유주식은 민영화하는 것이 열번 옳은길이다.
그러나 이런 재정수단들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이고 보족적인것들이다. 건전하고 정상적인 재정은 언제나 수입과 지출의 균형과 안정에서 찾아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이점에서 볼때 중기 재정계획은 현재의 연장선에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기능과 역할, 재정활용의 범위와 한계를 새로이 정립하는 작업이 선행된 뒤에라야 의미가 있다. 단순히 사회개발수요가 늘어날것이라는 전제만으로 중강기 재정확보에만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이런 중강기 계획은 6차계획상의 재정운용 기본계획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하며 정부사업과 행정의 정리와 체계화, 효율화와 간소화를 기본전제로 해야한다. 정부 투자기관의 주식을 민영화하는 것조차도 세입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정부의 효율화 측면에서 다루어질 성질의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각종 공공자금의 활용계획인데 이 문제는 미리부터 엄정한 한계와 조건을 지정해 놓고 시작해야 할 일이다.
공무원 연금이나 체신보험· 국민연금등 이른바 공공성 기금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민간자금의 성격 또한 없지않다. 더구나 이런 자금을 적절한 제동없이 재정에 끌어들이면 재정운용의 방만이나 적자재정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우려가 없지않다.
또한 개별연금이나 기금의 설립목적이나 특수성에도 주름을 미칠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 출연이 거의 없는 국민년금 자금까지 미리부터 끌어쓸 궁리를 한다는 것은 온당한 사리로 보기 어렵다. 재정의 중립성과 안정성, 균형과 절제를 해칠 재정수단들은 미리부터 엄정히 경계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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